“친구보다 가난해”…왕따 희생양 가능성 높여 (연구)

‘사회적 비교’로 인해 자존감 낮아져

자신이 친구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친구와 경제적으로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보다 자존감에서 6~8%, 웰빙에서 11%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친구들보다 가난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자존감이 낮고,  왕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자 연구팀에 따르면 자신이 또래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춘기 아이들과 부자라고 믿는 아이들이 모두 왕따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경제적 평등의식을 느끼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올바른 사회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사회 전반에서 경제적 불이익은 사춘기 청소년의 정신 건강 및 사회 문제와 오랫동안 연결되어 왔다. 새로운 연구는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보다 자신이 더 가난하다는 생각이 부정적 심리적 결과와 연관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연구팀에 의하면 청소년 초기에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신에 대해 내리는 판단, 즉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자아 감각의 중심을 이룬다. 경제적 지위는 자아감각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11살 아이 1만2995명을 대상으로 친구 그룹에서 경제적 불평등 인식을 분석했다. 자신이 친구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보다 자존감에서 6~8%, 웰빙에서 11%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자신이 덜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분노나 과잉 행동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불안 등 ‘내적 어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자신을 친구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경제적으로 같은 수준이라고 느끼는 청소년들에 비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17% 더 높았다. 또래보다 부유하거나 가난하다고 느끼면 실제 왕따를 저지를 비율이 3~5% 더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블랑카 피에라 피-수니아 연구원은 “사춘기는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기 판단을 하고 자아 감각을 발달시키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그는 “더 넓은 사회뿐만 아니라 가까운 환경에서 경제적 지위에 대한 감각은 소속감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소속감은 청소년기의 웰빙과 심리사회적 기능에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는 2000~2002년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MCS)의 하나로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 조사는 다양한 정신 상태와 사회적 행동을 측정하고, 지각된 경제적 지위에 대한 질문을 포함했다. 대다수 아이들은 자신이 친구만큼 부유하다고 느꼈지만, 친구보다 자신이 더 가난하거나 부유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각각 4%와 8%였다. 16%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피에라 파이-수니아 연구원은 “많은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불이익이 주관적 경험도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아동 심리학 및 정신 의학’에 발표됐다. 원제는 ‘The relationship between perceived income inequality, adverse mental health and interpersonal difficulties in UK adolescent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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