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옥죄는 상사, 연륜과 여유는 어디에?

[윤희경의 마음건강]

나이가 들수록 여유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에서 일이 힘든 게 아니라 나이가 많으신 윗 사람 때문에 정말 힘들어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알아야 직성이 풀리시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쥐고 놓으려고 하지 않아요.

혹시나 자기가 알지 못한 일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아랫사람을 불러 닦달합니다. 왜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거죠. 일에는 경중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보고할 일이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있잖아요. 제 상사는 아주 작은 일도 보고받기를 원하세요. 모든 직원이 당신 앞에서 쩔쩔 매기를 원해요. 사장님도 안 그러시는데 말이죠.

출퇴근할 때 모든 직원이 자신의 방에 와서 인사하기를 원하십니다. 요즘 시대에 그런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연차를 써도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대면 보고를 하라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되죠. 한 번은 직원 한 명이 불만을 말하자 “하라면 하라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며 성질을 내고 일주일을 괴롭혔어요. 문제는 그분이 아첨하는 사람만 끼고 돌면서, 자신이 통제하기 힘든 사람은 음해한다는 겁니다. 일 자체는 즐겁지만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말할 수 없이 커요. 정말 그만두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상사에게 연륜과 여유를 기대한다. 현실에서 그런 상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지혜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처럼 나이와 직위를 무기로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상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지긋한 나이에도 부하 직원을 달달 볶는 상사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들의 심리는 간단하다. 바로 불안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자아도취적 착각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나이가 들수록 직장에서의 입지는 불안해진다. 유능한 부하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자리는 더욱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작은 일에도 집착하게 된다. 자기가 없는 사이 직원들이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조직을 운영해 나갈까봐 불안해한다. 본인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행동 양상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욕심이 많아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경쟁심이 강하기 때문에 신경이 늘 곤두서 있다. 자신보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둘째, 서열에 민감해 윗사람에게 지나치게 충성한다. 셋째, 다른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해 남을 음해하고 뒷말 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모든 이들이 험담의 대상이 된다. 넷째,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을 늘 비교한다. 그 때문에 남의 고통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느끼는 경계성 성격장애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이런 성향의 소유자가 윗사람이다 보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무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의 윗사람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한 사람만을 싸고돈다. 인사 평가도 편파적으로 진행한다. 조직은 결국 병든다.

불행히도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경영자에게는 끝없는 충성심을 보인다.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조직 내에서 묻혀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직원들의 언로를 차단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슬픈 현실은 실제로 이런 조직이 많다는 점이다.

현명하게 나이 드는 이들은 자존감도 높다. 여유를 가지고 세상사를 바라본다. 시간과 함께 쌓인 지혜는 타인에 대한 관용의 크기도 키운다. 위 상담 사례에 등장한 상사처럼 아랫사람을 손아귀에 쥐고 통제하는 사람은 그런 행동이 자신의 능력과 권한을 드러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부하 직원을 지나치게 옥죄는 행동은 사실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는 우스운 행동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한 존재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든다고 존재 가치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통제 속에 모든 상황과 사람들을 가두려는 시도야말로 본인의 존재 가치를 갉아먹는 것이다. 게다가 진실한 마음으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는 사라지고, 언제든지 배신을 활 수 있는 아첨꾼만 주변에 남게 된다.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이 존중할 수 있도록 힘을 줄일 때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권력이란 손에 쥔 모래와 같다.”는 말이 있다. 쥐면 쥘수록 손아귀에 움킨 모래가 움킬수록 손에서 빠져나가듯 된다는 것이다. 존경도 마찬가지다. 존경은 부여잡는다고 다른 이들이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닮고 싶을 때 존경과 존중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 더 움켜쥐려고 하면 결국 자신의 꽉 쥔 손 외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윤희경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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