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팬 5cm만 긁혀도 ‘이 것’ 수백만개 검출 (연구)

미세 플라스틱, 인체에서 분해되는데 10년 걸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라이팬이나 냄비 등 코팅 조리기구가 조금이라도 긁히면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음식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몸에 들어가서 분해되는 데만 10년이 걸린다.

호주 뉴캐슬대 및 플린더스대 연구진은 ‘라만 이미징(Raman imaging)’ 기법을 이용해 팬에서 나오는 입자가 얼마나 퍼지는지를 조사했다. 이 기술은 특정 공간에서 입자가 어떻게 퍼지는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빛의 파동을 이용해 관찰하는 기법이다. 얼마나 많은 입자가 있는지,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추적할 수 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테플론 팬(Teflon pans)의 5cm 길이 흠집에서 23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90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입자가 팬 내부에 분산됐다.

‘포에버 케미컬(forever chemicals)’로도 불리는 PFAS(Per-and polyfluorinated substances)는 주방에서 사용되는 수백만 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코팅 및 내열 입자다. PFAS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소변을 통해 아주 천천히 배출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몸 속에 남아있게 된다. 체내에서 분해되는 데 10년 가까이 걸리며, 환경에서는 전혀 분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음식에서 섭취해도 안전한 PFAS 최대량에 대한 상한선을 정하지 않고 있다.

플린더스대 유홍 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 오염을 피하기 위해 조리기구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준다”며 “테플론이 PFAS 계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테플론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화학물질이 주방용품과 식품 포장재를 비롯해 여러 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점을 우려한다.

지난 해 미국 텍사스대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엄마의 자궁에서 PFAS에 노출된 아이들은 자폐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장기간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신장, 고환, 난소, 전립선, 갑상선, 골수에 암이 생길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

2020년 한 연구에서는 미국인 99%가 혈류에 어느 정도 검출 가능한 수준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이 지난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마시는 물에서 PFAS 수치가 0.004ppt(1조분의 1, parts per trillion)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테플론은 PFAS의 일종인 PFTE(polytetrafluoroethylene)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주방용품에 눌러 붙지 않도록 코팅을 한다. 이 물질이 다른 종류의 PFAS보다 더 위험한지, 덜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를 다루는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Raman imaging for the identification of Teflon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 released from non-stick cookwar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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