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키 큰데, 초음파 검사서 태아 다리 짧다면?

[박문일의 생명여행] (40)고통의 시간을 잊게 해주는 평균회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중 초음파 검사의 1차 목표는 자궁 속 태아가 임신 몇 주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임신부의 실제 임신주수와 초음파 검사로 측정된 ‘초음파 임신주수’를 비교하게 된다.

중요한 세 가지 측정 지표가 있다. 태아 머리 지름(BPD), 배둘레 그리고 대퇴골(허벅다리) 길이다. 이 세 가지 수치의 평균치가 초음파 주수가 된다. 임신부들은 대부분 초음파 주수가 실제 임신주수와 비슷하기를 원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태아 머리는 크지 않고, 대퇴골은 길기를 바란다. 태아의 머리 지름이 길면 자연분만이 힘들다고 걱정하는 것이고, 다른 부위는 작아도 향후 키의 지표인 대퇴골 길이는 평균보다 길게 측정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임신부 부부의 키가 큰 사람 가운데에서도 태아의 대퇴골이 짧게 측정되면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태아가 태어난 후에도 키가 작을까 봐 그런 것이다. 그럴 때 필자가 설명해 주는 말이 있다. 통계학 용어인 “평균으로의 회귀’ 개념이다.

대학에서 통계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면 평균회귀의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평균으로의 회귀’란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평균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한번 평균보다 큰 값이 나오면 다음번에는 평균보다 작은 값이 나와 전체적으로는 평균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현대 통계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데, 골턴은 아버지와 아들의 체격과 관련한 실험을 한 결과, 키가 큰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보다 키가 작아지며 키가 작은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보다 키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평균회귀’의 개념이 시작되었다.

키가 큰 부부가 만나면 자식의 키가 크고, 그 자녀가 계속 키가 큰 배우자를 만나면 후손들이 계속 키가 커지는가? 그렇지는 않다.

사람의 몸은 세대를 거치면서 결국 안정적인 상태인 평균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하여 동식물의 많은 변수가 정규분포와 비슷한 분포를 따르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위에 설명한 사람의 키, 몸무게가 대표적인 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의 키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유전적 요인들과 환경적 요인들이 있다. 여기서 유전적 요인, 즉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자식의 키와 몸무게는 많은 부분이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부모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많은 환경적인 요소들의 영향에 의해 결국 정규분포의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들의 키와 무게가 서로 비슷하지 않고 정규분포 모양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체적 지표가 아니더라도 이런 평균으로의 회귀는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예를 들면, 어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맛이 매우 좋았다고 치자. 다시 한번 그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실망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도 평균으로의 회귀이다. 주사위를 던졌을 때 작은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에는 큰 수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이다. 결국 정규분포의 그래프를 그리게 된다.

직장에서 한번 높은 성과를 내었다고 해서 그 성과가 계속 오래갈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 성과는 평균으로 또는 평균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 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최고로 올라갔을 때 이제 남은 일은 떨어지는 일뿐이다. 그 이유는 성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성과가 그 사람을 능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대로 바닥까지 떨어져서 더 떨어질 데가 없는 경우라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다. 상황이 암담해 보일지라도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로 올라가는 것임을 우리는 체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평생 고통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은 바뀌고 더 행복한 시간이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평균회귀가 그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개념이다.

스포츠 선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잘하던 스타 선수가 슬럼프에 빠진다는 것은 평균으로의 회귀이다. 선수 개인뿐 아니라 최고의 성적을 내는 팀이라고 해도 연승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심지어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호황기가 계속 진행될 수도 없고, 불황기도 언제까지나 우리를 괴롭힐 수는 없다. 사실 우리에게 나쁜 시간이 없다면 우리가 감사할 좋은 시간도 없을 것이다.

누구든 삶의 과정 중 힘든 시기가 있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실망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거의 대부분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반대의 상황을 조심해야 한다. 인생에서 최고의 시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 계속 갈 거라고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최고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윽고 평균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즉, 평균회귀 개념은 우리가 인생에서 처한 상황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젠가부터 유행어가 된 우리가 잘 알게 된 문장이 있다. 전쟁마다 승리한 다윗왕에게 보석세공사가 반지에 새겨주었다는 문장이다. 당시 라틴어로 새겨졌다는 ‘Hoc quoque transibit (호크 퀘퀘 트란시비트)’ 는 영어로 해석하면 ‘This, too, shall pass’이고 우리말로 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이 문장을 고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다윗왕의 아들 솔로몬 왕자였다. 아마도 솔로몬 왕의 지혜로움은 바로 ‘평균으로의 회귀’ 개념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 삶은 물론 사회적 또는 국가적으로도 큰 재난에 대한 슬픔 또는 어떤 영광스러운 일에 대한 기쁨 등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인생의 굴곡은 스스로 막을 수 없지만 행복이 지나면 슬픔이 오고, 슬픔이 지나고 다시 행복이라는 주기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좋은 시간이 지나면 항상 끝이 있듯이 오늘 슬픔이 있다면 내일은 기쁨의 사이클이 기다리고 있다. ‘평균으로의 회귀’ 개념이 개인이든, 사회적으로든 또는 국가적으로건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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