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인은 ‘무조건’ HIV 전파하나요?

[오늘의 키워드] 에이즈 처벌 조항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전파매개행위죄 위헌판결 촉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HIV 감염에 대한 낙인과 범죄화를 끝내고 공동책임으로 질병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원한다’며 위헌 판결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11월 10일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을 열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HIV/AIDS) 감염자가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전파·매개할 경우 처벌한다는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졌다.

약칭 ‘에이즈 예방법’으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1987년 처음 제정했다. 최근 위헌 가능성이 제기된 지점은 제19조와 제25조 2항이다. 제19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콘돔 등) 없이 행하는 성행위'(2008년 삭제)와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제25조 2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 조항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에이즈 감염인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해왔다. 당초 입법 목적인 에이즈 감염 예방 효과는 적은 반면 감염인을 사회적 고립과 형사처벌로 쉽게 내몬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항을 위반한 감염인들은 대체로 상대방의 에이즈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기소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11월 에이즈예방법 위반 사건 1심을 진행 중이던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가 이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다.

꾸준히 치료 중인 감염인은 의학적으로도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는다. 40년에 걸친 에이즈 예방 의학이 어렵게 성취한 결과다. 지난 2016년 세계 에이즈 콘퍼런스에선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미검출=감염 불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이즈 감염인이 꾸준히 치료받고 약을 먹으면 6개월 이내에 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미검출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런 감염인과 성접촉으로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0%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 에이즈 예방법의 해당 조항이 예방에 기여하지 않고 실제 전파가 일어났는지와 관계없이 과도한 형사처벌을 가한다고 지적하며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 예방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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