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필요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의료인들이 대폭 증가했다. 이전에는 의사가 유튜버가 되어 의료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의사 외에도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여러 의료인들이 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조회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의료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정론이나 정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조회 수에 도움이 되는 좀 더 자극적이기고 편향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의료인의 개인적인 의견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여 전파하면서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등 나쁜 사회적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더 자극적인 실제 사례를 다루면서 이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pc방 살인사건’에서 한 의사가 자신이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임을 밝히며 피해자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내용의 브이로그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했다.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의 신원은 노출되지 않았지만 여러 명이 심정지로 응급실로 내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이야기하면서 피 묻은 장갑을 보여주는 등 일반인들이 보기에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해당 브이로그가 문제가 되자 간호사는 영상을 삭제하고 “환자가 있을 땐 영상을 찍지 않았고 조회수 각 잡아서 신났겠다고 하는데 저는 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간호사는 논란이 된 영상을 삭제했지만, 다른 유튜버들이 이미 해당 영상을 녹화한 후 다른 채널에서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한 응급의학과 의사도 참사가 일어난 직후 페이스북에 참사에 관한 세세한 묘사를 포함한 글을 올렸는데 이 역시 희생자를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같이 의료인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환자 치료 경험이나 생각을 올리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논란이 있다.

첫째,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거나 치료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만약 해당 의료인이 환자들이나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환자의 의료정보나 신원을 노출하는 경우는 명백한 의료윤리 위반 및 의료인의 환자의료정보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환자의 의료정보나 신원은 노출하지 않았지만 앞서 사례와 같이 피가 묻은 장갑이나 수술장면, 실제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 등 자극적인 영상을 촬영하여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은 허용해야 할까?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의료인이 환자치료경험이나 관련된 이미지를 이용하여 다른 의료인이나 일반인을 교육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허용해야 할까?

둘째,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사용을 규제하는 것도 논란이 된다. 환자의 의료정보는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고 잘못된 의료정보가 확산되는 경우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의료인의 소셜미디어 이용은 개인의 자유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러한 규제는 자신의 소견을 표현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인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법적인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높이고 자정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과연 효과적인지도 의문이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어떻게 해야 의료인의 소셜미디어 이용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의에 앞서 모든 의료인들은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하여 보다 자극적인 화면이나 내용을 찾으면 찾을수록 윤리적으로 둔감해질 수 있고 의료인의 소명의식이 옅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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