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동한 당신, ‘심장 건강’ 나빠졌다? (연구)

"동맥경화 석회화 증상, 천편일률적 해석 피해야"

운동을 많이 할수록 관상동맥 석회화지수가 증가할 수 있어도 심장질환 유병률이나 사망 위험도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의학계에선 이를 ‘운동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의 역설’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적절한 강도와 운동이 우리 건강에 많은 이득을 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과 건강 지표가 언제나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운동의 역설’ 중 하나가 바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CAC)’다.

관상동맥 석회화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에 석회 덩어리(칼슘과 노폐물의 침착물)가 끼는 증상이다. 석회화의 정도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측정하는 CAC는 심혈관 질환의 예후와 발생률을 예측하는 건강지표로 널리 활용한다. 석회 덩어리는 동맥경화(중상경화증)가 생기면서 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석회화지수가 높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동맥경화 증상이 심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지며, 동맥경화가 연쇄적으로 유발하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문제는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쓴 사람에게서도 CAC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건강지표로는 심혈관 질환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성기철 교수팀은 지난 2019년 영국의학저널(The BMJ) 심장학회지(Heart)에서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11년~2017년 사이 강북삼성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성인 2만 5841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 동안 추적관찰 분석을 진행했다.

신체활동 수준에 따라 각 참여자를 △비활동자 △중간 활동자 △고강도 활동자로 나누고 관상동맥 CT를 촬영해 석회화지수를 측정했다. 이 결과 각각의 석회화지수는 △비활동자 9.45점 △중간 활동자는 10.2점 △고강도 활동자 12.04점으로 나타났다. 추적관찰 결과 분석에서도 고강도의 신체활동을 더욱 많이 할수록 관상동맥 석회화가 비활동자보다 약 8배 정도 심해졌다고 보고했다.

관상동맥 석회화 과정 [자료=서울중앙의료의원]
이처럼 신체활동이 활발해질수록 CAC가 높아지는 관찰 결과는 성 교수팀의 연구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 현상은 운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성기철 교수는 “그런 의미의 결론은 전혀 아니다”라며 향후 임상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측정·관리할 때 더욱 정밀하고 세심해져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석회화지수와 사망 위험성, 심장병 유병률의 관계성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법칙에 해당하진 않을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어 “여느 연구라도 운동이 주는 건강상의 이익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관리도 철저히 한 환자는 CAC가 높게 나왔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진에 대해서는 “석회화지수가 올라갔다고 무조건 예후가 나쁘다고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환자의 운동 여부와 강도, 지속 시간 등을 고려해 세심히 진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운동을 할수록 관상동맥 석회화 증상이 심화하는 현상의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는 운동한 후 나타나는 신체적 효과가 동맥경화반(콜레스테롤 덩어리)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인 동맥경화반은 혈관 속에서 쉽게 파열할 수 있는데, 이때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혈전(핏덩어리)이 생겨난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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