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에 후각 잃으면 관련 기억도 잊을까?

[박문일의 생명여행](36)롱코비드가 촉발시킨 후각연구

로즈마리 향을 맡는 여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Post-Corona era)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감염됐던 사람이 6억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00만 명을 넘은지 오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의 후유증을 걱정해야 한다. 소위 롱코비드(Long COVID)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감염 3개월 이후에도 1/3이나 되기 때문이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을 이르는 말로, 코로나19를 앓은 뒤 원인 모를 여러 증상이 한동안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코비드를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은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짧게는 감염 후 4주 이상, 길게는 12주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롱코비드 증상 중의 하나인 후각상실이 특히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코로나19의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는 후각상실이다. 코로나가 치유된 뒤에도 많은 사람이 그전보다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변경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음식이나 자연의 향기를 즐기는 능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롱코비드 증상의 하나인 후각상실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과학자들은 자연히 우리의 감각 기관에서 오랫동안 간과됐던 후각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후각은 인간의 5대 감각의 하나로 삶에 아주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증상으로는 그동안 다른 증상들에 비하여 다소 과소평가 되어왔다. 의사들도 사실 그동안 여러 질병의 진단에서 후각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진단을 내리기 위해 냄새 감각을 사용하는 예들을 많이 소개하였으나, 현대 의사들에게 그 아이디어는 대부분 간과되었던 것이다.

사람의 코 내부 상피에는 다양한 냄새감지 뉴런이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러한 뉴런에 침입하면 후각 상실뿐 아니라 신경학적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후각 뉴런은 신경섬유를 통해 뇌의 후각 처리 센터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이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더욱 빨리 전파돼 뉴런들이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면역 체계에 경보가 울린다. 염증이 더욱 심해지면 면역 신호체계가 무너지고, 궁극적으로 코 내부의 후각 뉴런에서 시작돼 냄새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능력 자체가 파괴된다.

새로 발견된 과학적 관심의 대부분은 물론 의학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의 후각 상실을 초래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개인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 간에 왜 서로 다른지를 찾는 연구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후각 장애 치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겼고, 이는 코로나19의 결과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또한 이미 후각 질환을 앓고 있는 일반 인구의 10%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의 일환으로서 후각 회복을 위한 기존 방법의 하나인 ‘후각훈련 기술’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또한 사람의 후각을 회복시키는 전자 임플란트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은 오랫동안 개의 우수한 냄새 감각을 이용해 왔는데, 개 코에 있는 3억여 개의 후각수용체는 폭탄, 마약, 총기 및 사람들을 탐지하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돼 왔다. 개들은 이제 당뇨병, 암 등 인간의 질병을 냄새 맡는 실험적 영역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수의사 신시아 오토(Cynthia Otto)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인간의 질병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동물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데, 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병의 냄새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인식하는 휴대용 전자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간 후각의 특수한 내부 작용에도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냄새가 인간의 기억능력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매우 구체적인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 후각능력이 중요하며, 또한 후각은 우리의 두뇌를 강화하고 치유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냄새는 우리의 감정적인 기억에 매우 깊이 뿌리박혀 있다. 생생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사물의 냄새와 맛은 영혼처럼 오랫동안 우리를 생각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냄새로 인해 우리 마음속에서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고, 과거에 경험했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들렌 케이크를 한 입 먹고 향기 가득한 차 한 모금을 마시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 일요일 아침의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냄새와 기억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뒷받침하는 신경생물학도 최근 괄목하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정 냄새가 즉시 다른 장소와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냄새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우리의 감정 상태와 파트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그 과학적 배경이 점점 규명되고 있다. 그리고 인체 주변의 조직과 기관에서 후각 수용체의 다양한 능력도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변화를 종합하면 이제 세상이 냄새의 특별한 중요성을 깨우친 것 같다. 롱코비드가 남긴 자취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고 있는 가운데 롱코비드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인류가 후각능력이라도 제대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냄새를 피하는 능력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향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옛 기억도 허무하게 사라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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