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왜 샤워할 때 떠오를까?

생각이 막혔을 때 돌파구 발견에 도움주는 ‘샤워효과’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을 할 때 창의적 해결책이 떠오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궁리해도 도무지 문제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목욕이나 샤워를 하다가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처럼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미네소타대 등 공동 연구팀은 때로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을 할 때 창의적 해결책이 떠오르는 이유를 설명한다. 비밀은 완전히 머리를 텅 비우는 게 아니라, 적당한 수준으로 필요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버지니아대 잭 어빙 교수(철학과)는 “당신이 특정한 문제에 답이 막혔다고 가정하자”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아마도 페인트가 마르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지루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는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꾸고, 샤워를 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관심을 쏟을 무언가를 하기 마련인데 이 모든 활동은 적당한 수준이 필요한 활동에 속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헤매는 마음

2012년 학술지 ‘심리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힘들지 않은’ 작업을 할 때 뇌가 방황하는 경향이 있고, 이럴 때 창의성이 발휘되기 쉽다. 산만함이 창의성과 창의적 인큐베이팅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은 과학과 미디어 그리고 대중적 상상력 측면에서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후속 연구는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 일부 연구는 방황하는 마음과 창조성 사이에 연관성을 발견하는 듯 했다. 반면 다른 연구들은 원래의 발견을 복제하는 데 실패했다. 어빙은 후자의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다. 이들은 정말로 방황하는 마음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얼마나 산만한지 측정했기 때문이라는 것.

방황하는 마음이란 현재 하는 일과 관계없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 즉 다른 생각에 빠진 것을 가리킨다. 이에 대한 연구에서 사용하는 전형적 작업은 지속적인 주의력 반응 테스트라고 한다. 예를 들어 스크린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다가 ‘3’이 나오면 클릭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는 다른 상황의 실험이다.

새로운 설계의 브레인스토밍

‘샤워 효과’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빙 교수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산책하기 등 일부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루한 심리적 업무 등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실험하기 위해 참여자들에게 벽돌이나 종이 클립의 대체 용도를 생각해 내라고 요청했다. 참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3분 짜리 비디오를 시청했다. 한 그룹은 두 남자가 빨래를 개는 ‘지루한’ 동영상을 보았다. 다른 그룹은 ‘적당히 매력적인’ 동영상을 보았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멕 라이언이 식당에서 오르가즘을 가장하는 장면이다. 끝으로 다시 한번 이들은 동영상을 보는 동안 생겨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벽돌이나 종이클립의 대체 용도를 생각해 내도록 요청받았다.

어빙 교수는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어떤 비디오가 더 창의적이 되도록 돕는지가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지루하거나 매력적인 일을 하는 동안 방황하는 마음과 창의성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자들이 동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이 이 생각 저 생각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했는지를 보고했다.

결론은 방황하는 마음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단지 가끔 그럴 뿐이다. 또 방황하는 마음은 더 많은 아이디어로 이어졌지만, 이는 ‘지루한’ 영상보다 ‘매력적인’ 영상을 볼 때만 가능했다. 즉, 흥미로운 영상을 보는 동안 방황하는 마음과 창조적 아이디어의 생성 사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생각이 자유롭게 흐를 때 참여자들은 더 창의성을 발휘했다.

이번 연구는 어떻게 더 큰 창의적 영감을 불러올 수 있는지, 실제 작업에 사용될 수 있는 모델의 토대가 될 것이다.

연구는 학술지 《미학, 창의성, 예술의 심리학》(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에 실렸다. 원제는 ‘The shower effect: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during moderately engaging activitie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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