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근절되나? “전환점 다가온다”

양대 백신인 모스키릭스와 R21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교차

말라리아는 많은 전문가들이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는 얼마 안 되는 건강 재앙 중 하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선 학질로 불리는 말라리아는 가장 오래된 전염병이자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인류를 오랜 세월 괴롭혀온 이 질병이 어쩌면 퇴치될지도 모르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티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말라리아는 많은 전문가들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얼마 안 되는 건강재앙의 하나다. 최근에는 근절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말라리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립 웰호프는 “낙관주의 여지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며 “2020년대 말이면 말라리아 환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과 엘살바도르에선 작년 말라리아 환자가 사라졌다.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한 메콩강 유역의 6개국에선 환자 수가 약 90% 감소했다. 2025년까지 약 25개국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감염의 대부분은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2020년 2019년보다 1200만 명 더 많은 어린이에게 말라리아 예방약이 처방됐다.

이런 추세 속에서 2가지 새로운 백신이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첫 번째 백신은 모스키릭스(Mosquirix)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이 백신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배포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1, 2년 뒤 개발이 끝날 더 강력한 백신인 R21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조한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80%의 예방효과를 보여 말라리아와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게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독일 회사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포함한 더 많은 옵션이 지평선상에 떠오르고 있다. 6개월 이상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단일 클론 항체, 오래 가는 살충제나 모기를 마비시키는 화학물질로 코팅된 모기장, 그리고 모기를 포획하고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들.

모스키릭스는 35년에 걸친 개발기간에 2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 지난해 12월엔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인 Gavi(세계백신면역연합)가 모스키릭스 보급을 위해 1억5600만 달러를 약정했다. 그리고 8월에 유니세프는 백신의 제조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게 1억7000만 달러 계약을 승인했다. 향후 3년 동안 1800만 회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는 매년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1억 회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두 번째 백신인 R21은 모스키릭스보다 2배 더 강력할 뿐 아니라 더 저렴하고, 제조하기도 쉽다. 제조를 맡은 세계 최대 백신생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는 매년 2억 회분 이상의 R21을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일부 말라리아 전문가들은 긴급한 필요를 감안할 때, 세계는 얻을 수 있는 모든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스키릭스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도구를 개발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들어간다고 지적한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개발센터(CGD)의 세계보건정책 책임자인 하비에르 구즈만 박사는 “기존의 말라리아 통제대책도 이미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추가 자금 지원이 없는 새로운 도구는 기본적으로 희생과 기회비용의 발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숫자의 역전현상에서도 확인된다. 2019년 말라리아 신규 감염자 숫자는 2억2900만 명, 사망자는 55만8000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말라리아 감염을 증가시키진 않았지만 2020년 사망자 숫자는 62만7000명으로 지난 10년간 느린 감소 추세를 역전시켰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거의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사망자의 약 80%는 5세 미만의 어린이이다. 여전히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고전적 말라리아 퇴치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어린이의 약 절반만이 살충제가 뿌려진 모기장 아래에서 잠을 잔다. 감염을 막는 제철 약을 받는 어린이는 그보다 훨씬 적다.

말라리아는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그것은 다른 병원균과 싸우는 아이들의 능력을 빼앗고, 의료 시스템을 압도하며, 전체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킨다.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 1명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6개월간 병상에 누워있게 되는데 그동안 모기는 그 기생충을 100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게 된다.

말라리아 모기에 한번 물리면 기생충이 전염될 수 있게 변형된 ‘포자소체’ 10개만 전달된다. 하지만 그 포자소체는 감염되고 30분 이내에 간으로 침범해 수천 마리의 무적의 군대로 증식한다. 모스키릭스와 R21은 간에 침범하기 몇 분 전의 포자소체를 겨냥하고 있다..

모스키릭스는 모두 4차례 접종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너무 길다. 첫 접종은 생후 5개월을 넘긴 뒤이고 마지막 접종은 생후 18개월을 넘기고 나서다. 반면 R21은 생후 17개월 이전에 3회 접종하면 70%의 효능을 보인다. 1년 뒤 1회 추가접종은 그 면역력을 유지시켜주고 심지어 강화해준다.

코로나 백신에 쏟아진 수십억 달러에 비하면 말라리아 자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이츠 재단은 말라리아 퇴치에 매년 2억7000만 달러를 투입하는데 여기엔 에이즈와 결핵 퇴치기금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말라리아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Global Fund)의 말라리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콧 필러 박사는 백신 개발과 보급보다 모기장 사용을 늘리거나 말라리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말라리아 퇴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모스키릭스 개발에 2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게이츠 재단도 현재 백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신 새로운 도구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과연 어떤 수단에 집중해야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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