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자 손 잡은 요양병원 할머니.. 간병은?

[김용의 헬스앤]

‘간병인 이용 표준 계약서’를 마련해 웃돈 요구로 환자 가족을 괴롭히는 일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오늘(4일)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 면회 때 할머니와 손자가 손을 잡을 수 있다. 가족들의 따뜻한 손길을 가로막았던 두터운 유리벽이 사라진 것이다. 7월 25일 접촉 면회가 중단된 지 70여 일 만이다. 방문객은 면회 전 자가검사키트로 음성 확인을 거쳐 대면 접촉 면회를 할 수 있다. 다만 음식물 섭취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마스크는 써야 한다.

요양병원-시설 등의 환자들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마쳤다면 외출-외박도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외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외출을 허용해 왔다. 오랫동안 내 손때가 묻은 자택에서 가족들과 정담을 나누며 식사도 가능하다. 일주일 여행만 가도 집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이들은 너무 장기간 집을 떠나야 했다. 다만 외출 후 복귀할 때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요양병원-시설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이 멀쩡한 40~50대 환자도 적지 않다. ‘젊은’ 환자들은 대개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이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한쪽 몸의 마비 정도가 심하거나 언어-시력 장애가 있어 간병이 필요하다.

40~50대 뇌졸중 환자는 간병인을 채용한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차라리 요양병원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요즘 간병비가 치솟고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전담 간병인을 쓸 경우 비용이 월 400만 원이 넘는 사례도 있다. 한 달 월급이 다 간병비로 들어갈 지경이다. 정작 간병인들은 가져가는 돈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간병인 알선 중개업체의 수수료 등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환자나 가족은 간병인에 대해 불만이 많아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호소하는 정도다. 이들은 계약 당시 없던 터무니없는 추가 비용을 요구받거나 불성실한 간병 서비스로 고통받고 있다. 소비자원 상담에서도 요금 관련 불만이 가장 많았다. 간병이 성실하지 않고 환자 부상 등을 야기한 점도 불만 요인이었다.

간병인 중개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4월)에서도 간병인의 식사비 추가 부담, 명절·국경일 추가 요금, 교통비 보조 등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개업체 128곳 중 88.3%는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부터 불분명한 계약으로 환자나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비용 문제로 환자 1명만 돌보는 전담 간병인을 두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간병인 1명이 다수의 환자를 돌보는 공동 간병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중 요양병원-시설의 대규모 감염 원인을 환자나 면회 가족에게만 돌릴 게 아니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이나 간병인의 건강상태를 더욱 철저히 살펴야 했다.

최근 간병비를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할 게 아니라 국가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요양병원 입원 시에도 간병비 부담이 크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6인 공동 간병인을 쓰다 보면 서비스 부실에 감염 위험도 있다. 환자들이 거주하는 공동 시설에선 코로나 유행이 아니더라도 폐렴 등 위험한 감염병 위험이 상존한다.

간병비는 노인 인구 증가로 가계 경제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의료 비용이다. 건강보험이 안 돼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간병비를 대기 위해 집까지 팔았다는 얘기는 빈말이 아니다. 몇 년 씩 신경 쓰다 보면 직접 간병을 안 하더라도 마음과 몸이 지쳐간다.

직장인은 월급 명세서에서 건강보험료와 함께 장기요양보험료를 떼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선 간병비를 전액 개인이 내야 한다. 전반적인 간병 관련 업무를 정비하고 간병비 급여화 도입도 필요하다. 먼저 ‘간병인 이용 표준 계약서’를 마련해 간병인과 환자 가족 간의 다툼을 방지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웃돈을 요구해 가뜩이나 고단한 환자 가족들을 괴롭히는 일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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