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네안데르탈인 피 섞였다” 스반테 페보 노벨의학상 수상

아버지에 이어 수상... "인류진화 연구 기여" 공로

2022년 노밸 생리의학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 [그림=노벨위원회]
사람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것을 밝혀낸, 진화유전학의 스타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스반테 페보 소장(67·스웨덴)이 인류 진화와 관련된 연구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반테 페보 소장은 1982년 아버지 수네 베리스트룀에 이어 부자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  영예도 기록했다. 페보 소장이 아버지와 성이 다른 것은 에스토니아 출신의 화학자인 어머니 카린 페보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페보는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불가능해보였던 성취를 이뤘다”면서 “멸종됐지만, 오늘날 인류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 분석을 해냈으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류(비현생인류, Hominins)인 데니소바를 발견하는 놀라운 업적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페보는 또한 7만 년 전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던 이들 고인류의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고대 유전자의 이동에 대한 연구는 현재 우리의 면역 체계의 감염 반응 연구 등과 같은 생리학적 가치 및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상자인 페보는 고유전학(Paleogenetics)이라는 새로운 과학을 통해 현생 인류와 멸종한 고인류를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규명해 냈으며, 무엇이 현생 인류를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지를 탐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노벨위원회는 평가했다.

고유전학은 유전학을 응용해 고인류 친족 집단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체학(Genomics)’을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밝히는 ‘호미닌(Hominin)’에 적용하는 융합학문인 셈이다.

페보는 인류가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고, 현생인류가 10만년 전 쯤에 아프리카를 떠나 네안데르탈인과 피를 섞었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2.5% 정도가 섞인 채 세계로 번져간 것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또다른 멸종인류의 유전자들을 분석해서 인류 진화의 자취를 밝혀내고 있다.

페보와 동료들은 1997년 네안데르탈인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여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6년에는 네안데르탈인들의 게놈 일부를 해독했고, 전체 게놈 재구성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200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페보 팀은 2010년 5월 《사이언스》에 네안데르탈인의 핵 게놈을 해독, 현생인류의 게놈과 비교했더니 유전자가 섞였다는 쇼킹한 논문을 실었다. 2009년 2월 막스 플랑크 연구소 진화인류학팀은 최초로 네안데르탈인 전체 게놈 해독을 공인받았다.

2010년 4월 페보의 연구팀은 《네이처》에 시베리아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에서 추출한 DNA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멸종된 고인류 데니소바인을 찾아냈다. 12월 《네이처》에는 데니소바인의 핵 게놈을 해독했다는 결과와 함께 데니소바인이 현생인류보다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우며, 오세아니아 원주민에게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5% 정도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페보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는 데에도 충실해서 대중 과학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출간한 저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Neanderthal Man: In Search of Lost Genomes)는 그해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 페보의 TED 동영상 강연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유전적 단서’는 160만 명이 시청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70만 원)로, 페보 소장은 2006년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에 이어 6년 만에 단독으로 상금을 받는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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