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답답한 마음에도 정신과 방문이 두려운 이들에게

정신건강 신간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신간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도서 표지. [사진=최지현 기자]

멀리서 본 책 표지가 반짝인다. ‘뭐지’ 하며 가까이 들여다보니 반짝이던 빛은 사라지고 속이 검게 타들어 간 사람만 남았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록스타의 모습은 일종의 트레일러(예고편)였다. 퇴근 후 책 펼치기를 미루며 좌탁 위에 올려뒀던 것이 나름 의외의 발견이 됐다.

최근 발간한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와 록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가 공동 저술했다. 처음 도서 정보를 보곤 의아함이 앞섰다. 정신건강 분야 신간에 이름을 올린 록스타를 보며 ‘그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구나 때때로 마음이 지쳐 ‘앓아누울 때’가 있다. 종종 감기와 몸살에 몸져눕듯이 특별한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대 위에서 몇 시간이고 뛰놀며 소리 지르는 에너지 가득한 모습, 한 세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악동이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록 음악 팬에겐 막상 떠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용은 입체적으로 진행한다. 책을 읽어갈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이성우의 면모가 눈에 띈다. 전반부에선 록스타로서의 정체성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면 후반부에선 점차 평범한 한 사람으로 대화를 건넨다. 이성우는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코로나 시대가 가져다준 변화에 대한 불안감, 자신과 주변의 기대에 지친 자신의 모습, 성장 과정과 일상에서 느낀 에피소드와 불편함 등 이러저러한 상처들을 읊어간다.

구성 측면에선 독자가 친근하고 편안하게 정신건강 문제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한 교수와 번갈아 가며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서술은 마치 독자가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를 찾아 상담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다양한 주제와 문제를 묻는 이성우에게 차분히 답하는 한덕현 교수의 글도 재밌다. 한 교수는 쉬운 설명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일관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마음의 고통으로 찾아온 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진심이 담긴 위로기도 하다.

“록스타도 그래요. 누구라도 그래요. 우리 모두 그래요. 그러니 괜찮아요.”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의 공동저자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왼쪽)와 록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 [사진=중앙대병원, 인스타그램]

◇한 줄 밑줄

“저 멀리 미래에서나 발견될 것 같던 자유에 대한 해답은 ‘지금껏 살아온 나’와 ‘지금 이대로 살고 있는 나’의 일상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겁니다.”(한덕현 교수)

“인생의 리셋 버튼은 여태 살아온 내 인생을 모두 버리고 ‘새 인생을 산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여태껏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잠시 열기를 식히는 ‘잠깐의 쉼’ 개념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한덕현 교수)

“내 곁에 누군가는 내가 빈자리를 주지 않으면 있지 못해요. 그 빈자리는 나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한덕현 교수)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도 나란 사람은 죽지 않고, 가지고 싶은 걸 갖지 못해도 나란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갖고자 발버둥 치거나 내다 버리고자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들이 무겁지 않게 느껴졌고 소소한 행복을 더 자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이성우)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 한덕현(중앙대병원 정신과 교수)·이성우(노브레인 보컬)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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