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레카네맙 임상 성공에 엇갈리는 시선

'27% 효과' 결과 해석 놓고 대립

항체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성공 소식으로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체 치료제로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레카네맙'(lecanemab)의 3상 임상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27% 늦췄다고 발표한 탓이다. 레카네맙은 세계 첫 치매 항체 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개량한 후속 약물이다.

일각에선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아두헬름의 전철을 지적하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레카네맙은 지금까지 개발한 치매 항체 치료제 계열 약물 중 가장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20%대에 불과한 점에서 아직은 큰 기대를 품기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치매 치료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지만, 아직도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레카네맙 등 항체 치료제가 치매 증상 악화를 늦추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미 손상된 인지 능력을 회복시키거나 뇌손상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병원인 메이요클리닉 소속 임상 신경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노프만 박사는 블룸버그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정도가 여전히 작다”면서 “이후 (치료 효과가) 더욱 개선하길 바라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병원의 알츠하이머 연구센터 로널드 피터슨 소장은 로이터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그는 “이번 결과가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면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치료법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제약·바이오 산업계를 비롯한 시장의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이번 임상 결과가 그대로 검증된다면 향후 미국 식품의약청(FDA)을 비롯한 규제 당국의 조기 승인도 가능하다는 전망 때문이다. 레카네맙이 아두헬름의 임상 치료 효과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임상 결과 23%의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인 아두헬름은 지난해 FDA로부터 조기 출시를 승인받았다. 따라서 산업계와 증권가는 레카네맙의 임상 결과가 25% 정도만 나와도 FDA의 조기 승인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미즈호시큐리티즈는 투자 보고서에서 임상 성공 기준을 25%로 제시하고 이를 넘을 경우 ‘(레카네맙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한 치매 항체 치료제 ‘아두헬름’. [사진=바이오젠]

전날 ‘27%’라는 수치를 담은 예비분석 결과가 공개되자 증권시장에서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에자이제약의 주가는 28일 17.29%, 29일엔 13.56%나 올랐다. 28일 거래가는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는데, 장중 매수희망가가 매입단가보다 19배나 높아지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젠의 주가는 27일 개장 전 장외거래에선 51%나 치솟았으며 개장 이후에는 전일 종가 대비 39.85%가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

한편, 레카네맙 국내 임상에 참여했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는 “임상 경과에 대한 효과를 증명했기에 그간 이어졌던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의) 치료 효과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일단락할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발표는 일부 임상 데이터가 아닌 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 신뢰도가 높고 향후 규제 당국의 심의에서도 확실히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이어 “실제 임상시험 경험에서 레카네맙 투약 환자의 치매 증상 진행이 더뎠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크게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면서 “정맥주사 형태로 매달 한 번 내원해야 했던 아두헬름과 달리 피하주사 방식을 택해 환자 본인이 직접 투약할 수 있어 편의성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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