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가면 암 사망 위험 급증”…왜?

암 진단 나이 일반인 66세, 재소자 50세

암은 감옥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감옥에 있거나 최근 석방된 사람이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미국 예일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연구의 자료가 수집된 미국 코네티컷 주 교도소 재소자의 평균 암 진단 연령은 50세였다. 감옥에 간 적이 없는 사람은 평균 66세였다.

암은 감옥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투옥 자체가 원인인지 아니면 대다수 죄수들이 경험한 빈곤이나 환경 위험과 같은 다른 위험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인지를 구별해내는 것이 과제”라고 연구진의 한 명인 예일대 의대의 캐리 그로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예일대 의대 산하 ‘암 결과, 공공정책 및 효과 연구 센터(COPPER)’의 창립자이자 소장으로 오랜 세월 암 환자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수준 등 암 형평성 문제를 연구해왔다. 동료 연구자인 예일대 의대 에밀리 왕 교수(공중보건학)는 수년 동안 투옥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왔다.

두 사람이 이끈 연구진은 2005~2016년 코네티컷 주에서 침습성 암 진단을 받은 성인 21만6000여 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거기엔 수감생활 중 진단받은 성인 239명과 출소 1년 만에 암이 발견된 성인 479명이 포함됐다.

암 진단 시 나이가 연구자들이 발견한 유일한 큰 차이는 아니었다. 생존율 또한 크게 차이가 났다. 출소 후 1년 이내에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5년 생존율은 54.6%였다. 수감상태에 있는 재소자의 경우 63.2%의 생존율을 보였고, 감옥에 간 적이 없는 사람들의 생존율은 67.2%였다.

정기 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암의 생존율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교도소에서 진단받은 사람의 5년 생존율은 67.4%로 출소 1년 이내 진단받은 사람의 77.6%, 일반인 85.2%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그로스 소장은 “과거 조사에선 교도소를 나온 지 1년 만에 사망 위험이 1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약물 과다복용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심장병과 암도 한 요인이다.

이번 연구에서 수감 중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3분의 2와 출옥 후 1년 이내에 암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암이 전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별 검사가 가능한 암도 해당된다고 논문의 제1저자인 플로리다대 올루와다밀롤라 올라데루 교수(방사선 종양학)는 지적했다.

유방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폐암, 간암에 대한 국가 검진 지침이 있다. 코네티컷 주의 교정국은 폐암과 간암은 검사 지침에 포함하지 않는다. 재소 중 암에 걸리거나 출소 1년 안에 암에 걸린 사람 중에서는 대장암이 전체의 약 3분의 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폐암, 전립선암, 백혈병(혈액암), 림프종, 간암 등의 순이었다.

연구진은 암의 단계를 조정했을 때, 수감상태가 암으로 인한 사망의 단일 원인이 아니라 여러 원인의 하나임을 발견했다. 수감 이전의 생활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라데루 교수는 “식량 불안, 주택, 고용, 의료 보험, 1차 진료 접근 등을 포함한 시스템적 장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옥에서 복역 중이거나 막 복역을 마친 사람이 암에 더 잘 걸리는 원인 중 하나로는 ‘알로스타틱 부하’라고 불리는 만성 스트레스 과부하가 꼽힌다. 또 교도소가 오늘날의 기준으로 용납될 수 없는 환경이나 토양에 지어졌다는 점도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재소자의 생리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많아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라데루 교수는 “실제 30세 개인이 감옥에 있을 경우 특정 공간에 갇혀 있는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생리학적으로 훨씬 더 빨리 늙는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암학회(ACS)의 최고환자책임자인 아리프 카말 박사는 재소자들이 초기 작업 환경에서 발암 물질에 노출되었을 수 있으며 음주나 비만과 같은 수감 이전의 생활습관 관련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갖는 암은 초기 증상 체크가 가능하지만 교도소 내 의료 인프라 부족과 외부출입제한이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로스 소장은 “미국에서 죄수 줄이기 운동이 아직 미약하며 미국이야말로 가장 많은 죄수를 가둬두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투옥으로 인한 건강악화를 줄이고 싶다면 죄수 줄이기 운동을 대안으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7470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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