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 수 늘려라” OECD 2022 보고서 논란

코로나19 안정화되면 '의대 정원 확대' 논쟁 재점화될 듯

의료비용 중 자가부담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녹색 막대는 OECD 평균, 빨간색 막대는 한국. [표=OECD 라이브러리]
한국인은 의료서비스 이용 시 전문의와 입원 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OECD는 동네의원에서 진료하는 일반의가 늘어나도록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국내 의료계 입장과 차이가 있다.

지난 19일 OECD가 발표한 ‘2022 한국 경제 조사 보고(OECD Economic Surverys: Korea 2022)’에 따르면 한국은 단기간 내 건강보험제도를 안착하고,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성공적으로 대응한 나라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평균수명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인 만큼, 보건의료체계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병원비에 대한 개인 부담이 크고, 입원과 전문의에 과도한 의존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의 전체 의료비용 중 자가부담비용(out-of-pocket cost)은 30%로 OECD 평균보다 10%p 높은 걸로 나타났다. 의료비가 가계 지출에 부담을 주고, 특히 고령층에서 ‘미충족 의료(의료 이용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가 벌어지고 있다.

병상 수 많고 입원 기간 길어…일반의 비중은 6% 불과

OECD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1차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급성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7.3일로, 이 역시 OECD 평균(6.6일)보다 길다. 병원 입원과 전문의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만 1차 의료는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1차 의료기관이 전문의 진료 및 입원에 이르기까지  ‘문지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1차 의료가 탄탄해야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1차 의료가 약하면 취약계층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고 전문적인 관리를 받기 어려워진다. 특히 수입이 낮은 고령층에서 어려움이 크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로,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OECD는 1차 의료 및 원격의료 등을 강화하는 것이 불필요한 입원은 줄이면서 효율적인 치료, 관리가 이뤄지는 방법으로 보았다.

OCED 회원국의 평균 입원 기간(왼쪽)과 병상 수. 빨간색 막대가 한국. [표=OECD 라이브러리]
1차 의료에 종사하는 일반의 비중은 6%로 OECD 평균인 23%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적다. OECD는 한국 의사 수 부족보다는 일반의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활동 중인 일반의들이 은퇴하는 시점이 오면 1차 의료에 대한 접근도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및 성과 지급 제도 도입 권고

한국의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지난 2020년 정부는 향후 10년간 400명을 더 늘리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의사단체들의 반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OECD는 더 이상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지체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일반의 수를 늘리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일반의가 늘어나려면 정해진 수가에 맞춰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현행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일반의보다 전문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OECD는 비만율 감소, 흡연 중단, 만성질환 관리 등에 성공했을 때 성과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일반의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등이 이 같은 제도 시행을 통해 1차 의료에 대한 접근도를 높였다.

국내 의료계, OECD 통계 결함 지적… ‘의대 증원’ 재논의될 듯

대한의사협회, 서울시의사회 등 국내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근거로 종종 등장하는 OECD 통계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적지만, 의료접근성과 기대수명, 영유아 사망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OECD 평균보다 우수한 지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처럼 인구 1000명당 의사가 6.3명인 나라도, 의료서비스 뷸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국가별 산출방법이 서로 다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추산한 OECD의 통계가 완벽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활동의사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의료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려면 실제 국민들의 건강 수준과 만족도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의료 분야를 잘 지원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정상적인 의료수가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 개선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꾸린 의·정 협의체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제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완전히 해제됐고 이번 동절기 유행만 지나면 코로나19 사태는 일단락이 될 예정이다. 오늘(27일) 진행되고 있는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의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조 후보는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 의대 정원 문제는 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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