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다음 변이 ‘파이’는 어디에?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11달, 오미크론은 10달째 번성 중

14번째 알파벳인 파이에 해당하는 변이는 10개월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을 차례로 붙여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 2021년초부터였다. 2020년 12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B.1.1.7에 알파를 붙인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열한 달 만에 13번째 알파벳인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변이가 발견됐다. 하지만 14번째 알파벳인 파이에 해당하는 변이는 10개월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오미크론 계통의 아변이만 번성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파이는 어디에?”라는 질문과 함께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짚어보는 기사를 22일(현지시간) 내보냈다.

SARS-CoV-2는 한동안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느리고 꾸준한 진화과정을 보여줬다. 그러다 그 진화의 나무는 여러 나뭇가지로 갈라졌고, 각각 몇 개의 돌연변이를 얻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유용하지만 불분명한 암호로 그것들을 추적했다.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데 별 차이가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암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B.1.1.7로 알려진 한 계통은 이를 처음으로 위반했다. 이를 처음 발견한 영국 과학자들은 그것이 23개나 되는 돌연변이의 독특한 서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돌연변이는 종전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빨리 퍼져 나갈 수 있게 했다. 이어 여러 개의 우려 변이가 등장했다. 각각은 돌연변이의 조합을 가지고 있고, 각각은 빠르게 퍼지고 사망자를 급증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를 더 잘 식별할 수 있게 WHO는 그리스 알파벳 명명법을 고안했고 B.1.1.7은 알파가 되었다.

다양한 변이들이 다양한 수준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알파가 세계를 지배하는 동안 베타가 남아프리카와 몇몇 다른 나라에서만 지배종이 됐다가 쇠퇴했다. 이들 변이의 곤혹스러운 점은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베타는 알파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SARS-CoV-2 진화나무의 다른 가지에서 나온 새로운 돌연변이의 집합으로 나타났다.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변이가 모두 그러했다.

이들 변이는 대부분 숨어있음으로써 돌연변이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점프하는 대신 그들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의 몸 안에서 몇 달간 숨어 있으면서 돌연변이를 계속 축적했다. 그러다 숙주에게서 벗어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그 바이러스는 세포를 침범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항체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놀라운 범위의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컴퓨터 생물학자인 벤 머렐은 “그것이 세상에 나오면 새로운 침입종과 같다”고 말했다.

13번째 변이인 오미크론은 특히 50개 이상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얻어서 인체 세포로 들어가는 새로운 경로를 찾고 백신 접종이나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감염시켰다. 그것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전례 없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다른 변이의 멸종을 가져왔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의 바이러스학자 대런 마틴은 “오미크론에서 볼 수 있는 유전자 혁신은 새로운 변이가 아니라 새로운 종으로 보일만큼 훨씬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오미크론이라는 이름 아래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2021년 11월 등장한 원조 오미크론의 후손은 이후 BA.1부터 BA.5까지 5개 갈래로 나뉘었다. 다음 몇 달간 이들 아변이가 교대로 우세종이 됐다. 각각은 전임자로 만들어진 면역력을 회피할 수 있을 만큼 서로 달랐다. BA.1이 1위를 차지했지만 곧 BA.2에게 따라 잡혔고 올 여름부터는 BA.5가 부상해 현재는 미국 전체 코로나 사례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SARS-CoV-2 바이러스의 중요한 변이는 오미크론 하나의 혈통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진화를 멈춘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데이비드 로버트슨 교수(바이러스학)은 “현재 감지되는 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사스-CoV-2는 오미크론에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발견된 BA.2.75.2라는 가장 최근의 아변이는 그 어떤 오미크론보다 면역 반응 회피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생물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그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한 스웨덴 카롤린스키연구소 연구진에 따르면 BA.2.75.2는 임상적으로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13개 단일클론 항체 중 베텔로비맙을 제외한 모든 항체를 무력화시켰다. 또 종전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의 혈청에서 추출한 항체에 대해서도 그 어떤 오미크론 아변이보다 면역방어망 회피에 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의 연구원들은 비슷한 시기 역시《bioRxiv》에 게재된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현재 BA.2.75.2는 지난 3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염기서열 분석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0.05%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번 겨울 BA.2.75.2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여름 유행한 BA.5를 겨냥한 모더나와 화이자의 새로운 부스터 샷의 효과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롤린스키연구소의 머렐 박사는 BA.2.75.2에 대한 BA.5 부스터 샷의 효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없었다면서 BA.5 항체를 많이 공급받는 것이 특히 위중증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BA.2.75.2가 오미크론 진화의 정점이란 소리는 아니다. 다양한 오미크론 아변이에 대한 면연력이 구축됨에 따라 이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버전으로 발전할 소지는 충분히 있다. 이번 연구진의 한 명인 카롤린스키 연구소의 다니엘 쉬어드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 공간에서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HO의 전염병 전문가인 로렌조 수비시는 WHO가 BA.2.75.2와 같은 계통에 그리스알파벳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그것들이 원래의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모든 오미크론 계열은 인체세포로 들어가기 위해 독특한 경로를 사용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위중증은 낮추지만 이전 변이보다 더 잘 퍼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수비시 박사는 “WHO는 새로운 공중 보건 조치가 필요한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할 때만 변이 이름을 붙인다”면서도 미래에 파이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대부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키연구소의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2.09.16.508299v2)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이징대의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2.09.15.507787v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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