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심장박동도 ‘동기화’? 정서적 교감은 몸에도 영향

첫 만남에서 서로가 호감을 느낀다면 두 사람의 심장 박동수가 같아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개팅이나 맞선과 같이 연애와 결혼을 목적으로 상대방을 만났을 때 하게 되는 고민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또 내게 호감이 있을지 여부가 궁금할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어렵다’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호감도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됐다. 바로 자신과 상대방의 심장 박동수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함께 심장 박동을 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호감의 정도가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네덜란드 레이던대(Leiden University) 산하의 한 인지심리학 연구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서로의 심장박동수 동기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랑하면 심장이 함께 뛴다?

이 연구는 첫 만남에서 서로가 호감을 느낀다면 두 사람의 심장 박동수가 같아진다고 보고한다. 즉, 서로의 심장이 함께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동안 한 사람의 심장이 빨리 뛰면 상대방의 심박도 빨라지며, 반대로 한쪽의 심장이 느려지면 상대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맞춰 뛰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동요, 심리·신체적인 흥분과 각성 정도를 측정하는 피부전도도 등의 생체신호 역시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 비슷하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관찰 중 더욱 놀랐던 점은 실험 조건상 서로가 물리적으로 직접 접촉하지 않았음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해당 실험은 연구팀이 여러 지역 행사장에 데이트 부스를 설치하고 자원자(140명)를 받아 진행했다. 자원자는 통제된 조건에서 첫 만남을 진행하며 연구팀은 생리적 변화를 측정했다.

특히 데이트 부스의 가운데에는 가벽을 놓아 서로가 직접 접촉할 수 없게 했다. 가벽에는 가려진 유리를 설치해 실험 설계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만 제한적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실험은 첫인상, 자유로운 대화, 대화 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서로가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각 단계 전후에 참가자들의 생체신호를 측정했다.

실험에 사용된 데이트 부스(위)와 실험 참가자의 모습 및 생체 반응 기록 [자료=라이던대]

◇좋아하면 마음도, 신체도 서로 공감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생리적 동시성'(혹은 생리적 반응의 동기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했다. 이는 인류의 공감 능력이나 사회적 소속감과 관련이 깊다. 소속감이나 호감을 느낄 때 서로가 생각이나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 전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감 능력은 감정의 영역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호감을 느끼는 서로의 심박수나 신경의 흥분 정도 등 생리적 변화도 비슷하게 관찰되는 것이다. 과거 덴마크의 오르후스대(Aarhus University) 연구팀 역시 37쌍의 커플을 관찰하며 서로 신뢰감이 깊을수록 심장 박동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연구 책임자인 레이던대 인지심리학과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엘리스카 프로차즈코바(Eliska Prochazkova) 박사는 “생리적 반응의 동기화 현상이 연인 사이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더 깊은 수준까지 동기화가 진행되면 서로가 더욱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특히 신체·물리적 접촉 없이 호감만으로도 서로의 신체 활동이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는 모두에게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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