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발을 씻겨 주다.. 희소병 아내 간병한 남편

매일 함께 걷고, 땀이 배인 아내의 양말을 벗기다.

기능성 이상운동 증후군은 뇌에서 내보내는 신경 신호 전달 방식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게티이미지]

“매일 함께 걷고,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며 성찰과 화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생을 함께 한 아내가 매일 극심한 근육 경련과 마비로 신음하면 남편의 심정은 어떨까?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도 모른 채, 긴 고통을 견디는 아내… 이를 지켜보는 남편…

가장 가까운 사이라도 간병은 힘들다.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마음은 찢어진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다.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하는 회소병인 경우 환자만큼이나 간병하는 가족도 심신이 고달프다. 인내와 헌신이 필요한 상황이 바로 간병이다.

한상진(77)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심영희(75) 한양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부부의 얘기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서울대 대학원에서 만나 사회학을 평생 같이 공부하며 연구했다.

5년 전 어느 날 아내가 비명 소리를 쏟아냈다. 온 종일 떨림, 강직, 마비로 몸을 뒤척였다. ‘기능성 이상운동 증후군(Functional Movement Disorders)’이란 희귀병이 생긴 것이다. 이 병은 뇌에 구조적인 변화는 없으면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떨림이 생겨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뇌의 신경 신호 전달 방식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모른다. 스트레스가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아내의 몸은 갈수록 통제 불능이 됐고 매일 마비라는 공포가 찾아왔다. ”아, 내 인생은 끝났구나…“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비탄과 실망감이 매일 엄습했다. 하루 종일 목 뒤 근육에 경련이 일었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회귀병 증상이 지속된 것이다. 아내는 자다 가도 한밤중에 깨어나 고통에 우는 날이 많았다. 예민해진 상태에서 벌컥 화를 냈다가 이내 미안해하고 사과했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보듬고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고 아내의 투병 생활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남편은 처음 간병조차 막막했다. 뚜렷한 치료약이나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아내가 괴로워할 때 안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마음을 진정하는 호흡법을 익히고 팔 근육 경직과 마비에 도움이 되는 노 젓기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인 한 교수도 “하나, 둘… 하나, 둘” 소리를 내며 함께 했다. 아들, 딸, 방문 요양보호사가 체조와 운동을 도왔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아내의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걸을 수 있게 되자 하루 세 번 동네 주변을 걷고 또 걸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부축이 필요했지만 점차 아내 혼자서 걷는 날도 있었다. 남편은 매일 함께 걷고, 땀이 배인 아내의 양말을 벗기고 발을 씻겨 줬다. 남편은 아내의 발을 감싸면서 고마워했다. “발에는 통증이 안 오니 걸을 수 있구나…” 남편은 수시로 주치의와 소통하며 운동 치료 과정을 상의했다.

2년 정도 경과하자 아내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비로 어색했던 몸의 움직임이 부쩍 자연스러워지고 경련도 줄어들었다. 아내의 투병 의지, 남편과 자녀의 극진한 간병이 작은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이들 부부는 기능성 이상운동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환우회를 만들 계획이다.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투병-간병 과정을 담은 책도 냈다.  제목이 ‘근육이 마구 떨리는데 마음의 병이라니!’(중민출판사)이다.

집에서 간병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가족들의 심신도 지쳐갈 수 있다. 한상진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의 지지가 이상운동 증후군을 극복해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가족 간병이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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