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지하 50m 판 이유…국내 최초 ‘꿈의 암 치료’ 도입

내년 3월 개소 예정인 세브란스 중입자 치료센터 지하 4층에는 탄소입자를 가속화하는 거대 규모의 가속실이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연세대의료원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서울 시내 건물 중 가장 깊은 지하를 가진 건물을 만들었다. 내년 3월 개소 예정인 ‘중입자 치료센터’다. 세계적으로 16번째다.

중입자 치료의 ‘중(重)’은 ‘무겁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무거운 입자를 이용한 치료다. 무거운 입자인 탄소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화한 뒤 암세포를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기법으로 ‘꿈의 암 치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이를 도입한다. 오는 10월 중순부터 환자 예약을 받고, 내년 3월 첫 치료를 시행하겠다는 목표다.

가속기(싱크로트론)로 속도를 높인 탄소원자는 고정형이나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환자의 암세포에 에너지빔을 전달한다. 중입자(탄소원자)는 양성자(수소원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다. 무겁기 때문에 암세포에 전달되는 충격의 강도 역시 크다.

무거운 원자를 가속화해 에너지를 만들려면 큰 시설이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지하 50m 아래에 탄소입자를 가속화는 직경 20m의 가속회로를 놓고 고정 치료실과 회전 치료실을 마련했다. 순수 장비 도입에만 1500억 원이 소요됐고, 여기에 센터 건축 비용까지 더하면 300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중입자치료는 환자가 겪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X-선은 암세포뿐 아니라 다른 정상적인 생체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암 조직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처럼 암 세포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는 것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한다.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부작용과 후유증이 줄어든다.

혈액암이나 전이암처럼 온몸을 돌아다니는 암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의 고형암에 대해서는 중입자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저산소 암세포에도 강력한 효과가 있다.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강력한 생명력을 갖고 있어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과 항암약물로 치료가 잘 안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윤동섭 연대의료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 치료, 전립선암 치료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름 6m, 길이 8m, 무게 200톤의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가 360도 회전하며 환자에게 암세포를 조사한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는 중입자치료기 3대가 마련됐다.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치료 횟수가 줄어든다. 평균 치료 횟수는 12회로, X-선이나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치료 시간은 2분에 불과하다. 단, 준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치료기 3대로 하루 치료 가능한 환자는 약 5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 가능하다.

치료 비용 문제는 앞으로 해결 과제다. 해외 원정 치료 비용(1억~2억 원)보다는 적겠지만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의료원장은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여 연대의료원뿐 아니라 의료계가 전반적으로 환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줘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암 환자들이 비급여 치료로 겪게 될 현실적 문제를 해결 과제로 꼽았다.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가 맡는다. 이 교수는 “중입자 치료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여러 중입자치료센터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며 “현재 장비 설치가 완료됐고,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3월 한 개의 치료실을 열고 6개월 간격으로 나머지 두 개의 치료실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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