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유산돼 눈물… 의사 말 한마디에 치유되는 까닭?

[박문일의 생명여행] (33) 현대의학과 양자역학

복통을 호소하는 임산부
습관성유산의 절반은 원인이 없지만 ‘정상’이라는 믿음을 가지만 치료가 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이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삼라만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유지되는지, 또한 그렇게 되는 배경과 이론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태고부터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들에 대한 이치나 원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그 시대의 과학을 동원해 왔다.

근대에 오기까지 굼벵이 걸음을 걷던 과학은 현 세기로 접어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과학의 발전이 너무 빨라, 여기에 대해 잠시라도 무관심하면 세상을 살아가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근대과학의 근본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토대로 체계화된 역학이 J. C.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과 더불어 고전물리학의 기초를 이루어 19세기 말까지 그 근본원리가 모든 역학 현상에 적용됐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확립해 뉴턴역학의 시간·공간의 절대성 개념에 근본적인 변혁을 초래했고 원자·분자의 현상이 분명해짐에 따라 그 적용 범위가 자연스럽게 제한됐다. 따라서, 오늘날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상대성이론이, 미시적(微視的)인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각각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재는 상대성 역학에 대해 뉴턴의 법칙을 기초로 하는 역학을 뉴턴역학이라 하고, 상대성 역학·뉴턴 역학 등 양자역학 이전의 역학을 양자역학과 대치시켜 고전역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왜 이런 내용을 먼저 소개하느냐 하면 현대의학도 위 과학의 개념에 따라 발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영역들이 아직 너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심신의학이다. 심신(心身)의학이란 ‘마음(心)과 신체(身)는 하나’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즉 “신체 의학과 마음 의학의 바탕은 같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심신의학을 과학적으로 받아들이는 의사들이 많지 않다.

현대의학은 뉴턴역학의 바탕에서 발전해 왔다. 뉴턴역학은 주로 눈에 보이는 신체를 기본으로 하는 신체의학의 발전에 기여해 왔는데, 상대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마음의학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간단히 설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학의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이제는 양자역학 이론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간단한 양자역학 이론 하나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비국소성(非局所性) 원칙(Non-localty principle)이다. 이것은 모든 사물의 정보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의학에 적용해 보자. 간단한 예가 있다. 필자가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 정형외과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유령 사지 현상(Phantom limb phenomenon)’이라는 것이 있다.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없어진 사지가 아프다고 소스라치는 경험을 하는 현상을 현대의학에서는 유령 사지 현상 또는 환상 사지 현상이라고 불러왔다. 엄연한 의학 증상 중의 하나인 통증을 그 통증의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느낀다고 해서 유령 현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뉴턴역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물의 에너지(통증)를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령 사지 현상에 양자역학을 도입해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된다. 사지가 절단된 사람은 해당 사지가 절단될 때 느꼈던 통증을 나머지 신체는 물론 자신의 개인 무의식층에도 보관하고 있다. 양자역학에서의 정보 공유 개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팠던 기억이 리콜될 때마다 실제로 신체가 아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도에 《유럽통증학회지(Eur J Pain)》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사지를 잃은 환자들에서 이러한 증상의 발생률은 1년 후까지 82%의 환자가 경험하며 76%는 평생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유령 같은 현상으로 치부해 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양자역학은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의학계에 도입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플라시보(placebo) 효과’가 그것이다.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또는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위약(僞藥) 효과, 가짜약 효과라고도 한다. 심리적 요인 또는 긍정적인 생각 덕분에 병세가 호전되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를 믿을수록 치료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제 양자역학으로도 설명될 수 있는 진실이다.

필자의 전공인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습관성 유산’이라는 병이 있다. 습관성 유산의 약 50%는 원인이 규명되므로 원인별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런데 나머지 50%는 원인이 찾아지지 않는다. 이때 원인불명이 아니라 원인이 없다, 즉 정상이다는 확신을 환자에게 주면 환자는 긍정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이윽고 그 치료율은 원인이 규명돼 원인별로 치료한 환자들과 거의 같게 된다.

이런 예들은 의학 현장에서 무수히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들조차 그런 긍정적인 힘, 치료에 도움이 되는 마음 에너지의 과학을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의사들의 잘못이 아니다. 의사가 되기 전에 뉴턴역학만 배우고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은 까닭이 크겠다. 다른 전문 영역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질환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따라서 새로운 과학 이론이 소개될 때마다 우선 받아들이는 자세로 공부하고 탐구해야 할 것이다.

명나라의 사상가였던 왕부지(王夫之)가 1687년에 펴낸 《독통감론(讀通鑑論)》이라는 책이 있다. 모두 30권으로 이루어졌는데 제9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耳限於所聞(이한어소문) 則奪其天聰(즉탈기천총) 目限於所見(목한어소견) 則奪其天明(즉탈기천명). 이를 해석하면 “귀의 기능을 단순히 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에 국한하면, 그것은 귀가 지닌 천부적인 밝음(귀밝음)을 뺏는 것이며, 또한 눈의 기능을 단순히 보는 것에 국한하면, 그것은 눈이 지닌 천부적인 밝음(눈밝음)을 빼앗는 것이다”

과학자들이여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만 믿을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그 무엇을 향해 과학자적인 사고방식으로 매진해야 할 것인가? 왕부지는 이미 500여 년 전에 양자역학의 탄생을 예고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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