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관차’ 자토펙의 삶과 마라톤 명언 6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40호 (2022-09-19일자)

‘인간 기관차’ 자토펙의 삶과 마라톤 명언 6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육상 선수는 누구일까요? 마라톤의 아베베 비킬라, 엘리우드 킵초게와 단거리의 제시 오언스, 칼 루이스, 우사인 볼트 등도 훌륭하지만 많은 육상인들은 1922년 오늘(9월 19일) 체코슬로바키아(지금의 체크) 코프리브니체에서 태어난 에밀 자토펙을 꼽습니다.

자토펙은 1948년 런던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4년 뒤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웁니다. 1만m에서 금메달을 따고 사흘 뒤 출전한 5000m에서도 금메달을 땁니다. 나흘 뒤 망설이다가 참가한 마라톤에서도 기어코 우승해 월계관을 씁니다. 세 종목 모두 올림픽 신기록이었습니다. 그는 4년 뒤에는 올림픽을 2주 앞두고 탈장 수술을 받고도 마라톤에 참가해 6위를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홀연히 은퇴합니다.

자토펙은 우연한 기회에 육상에 입문해 미친듯 노력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16세 때 신발공장에서 일하다가 그곳 운동코치가 청소년 4명을 선수 후보로 점찍었는데, 자토펙은 “몸이 약해서 못 달려요”라고 거절했습니다. 코치가 의사에게 데려갔더니 “최고의 몸”이라고 추천했고, 몇 달 연습해 100명이 달린 경기에서 2등을 합니다. 자코펙은 이후 육상에 전력합니다.

그는 남들처럼 해서는 남들보다 앞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군인이 된 자토펙은 군화를 신고 눈 덮힌 언덕길을 달렸고, 다리에 추나 모랫주머니를 달고 뛰었습니다. 밤에 완전군장을 하고 플래쉬를 들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전속력으로 달렸다가 속도를 늦췄다가 다시 질주하는 훈련법은 ‘인터벌 트레이닝’의 모태가 됐고, 방독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달린 훈련은 ‘저호흡 트레이닝’의 시초였습니다.

그는 경기 때 정상적 주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달렸습니다. 머리를 흔들며 고통스런 표정으로 숨을 씩씩 몰아쉬며 달려 ‘인간 기관차’라고 불렸습니다. 주위에서 주법이 보기에 흉하다고 하자 “체조나 스케이트가 아닌데…”하고 받아쳤지요. 그리고 20㎞에서 1시간 벽, 1만m에서 29분 벽을 깼고 올림픽 금메달을 4개 목에 겁니다.

자토펙은 ‘프라하의 봄’ 때 자유를 외쳤다가, 육상 코치직을 박탈당하고 우라늄 광산 광부로 일해야만 했고 나중에 청소부로 청소차를 따라다니는 일을 배당받기도 했습니다. 자토펙이 청소차를 따라 달리자 용기있는 시민들이 박수로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20여년 핍박 끝에 복권이 됐지만 몇 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2012년 국제육상연맹 명예의 전당에 최초의 12인으로 헌액됐고, 이듬해 3월 ‘러너스 월드 매거진’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육상선수’로 뽑혔습니다.

마라톤은 삶과 닮았다고 하죠? 오늘은 위대한 러너 자토펙의 명언을 새기며, 삶에 대해서도 조금 더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이기고 싶다면 100m를 달리고, 뭔가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톤을 해라.”

“나는 미쳤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나보고 바보라고 하다가 나중에 천재라고 바꿨다. 나는 더 빨라지기 위해서 노력한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러너는 주머니에 돈을 채우고 뛰기 보다는, 머리에 꿈을 새기고 가슴에 희망을 품고 달려야 한다.”

“통증과 괴로움이라는 경계선에서 어른은 아이와 구분된다.”

“체코가 아니라, 웬 체크?”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에는 체코가 맞지만,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에서 슬로바키아를 뺀 명칭인데, 이때 ‘오(O)’가 ‘그리고’의 뜻이므로 ‘체크와(Czech and)’라는 뜻이 됩니다. 체코로 표기하는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표기법에 동참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체크 공화국 또는 체크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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