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유방암 유발?…서양의 속설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 등 주요 영양소 가득

한국에서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교도소에서도 밥에 넣는 ‘콩’, 그 콩이 서양인에게는 낯선 모양이다. 콩을 먹으면 불임이 된다, 남성이 여성화된다는 등 속설이 많다. 여행 중 들린 서양의 마트에서 보는 콩이라고는 ‘베이크드 빈’ 통조림이나 인도의 영향을 받은 병아리콩, 렌틸콩 정도다. 건강매체 ‘에브리데이헬스’는 지난 9일 미국인들이 콩에 대해 가지고 있는 7가지 루머를 낱낱이 파헤쳤다.

1. 불임의 원인?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어 아기 관련 이야기가 나온 듯 하다. ‘영양학 저널’에 실린 어느 글에서는 콩이 여성의 난소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이 연구에서 영향을 미치는 콩의 양은 하루에 100mg 이상의 이소플라본(isoflavone)이라고 정의했다. 참고로 3온스(85그램) 용량의 두부에는 이소플라본 20mg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인지 서양의 일부 예비 부모들은 콩 먹기를 결사코 피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에서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2022년 3월 ‘영양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콩이 임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문에서 말하는 유익한 콩 섭취량은 하루에 6~40g이다. 보스턴의 생식 내분비학자 애런 스타에(Aaron Styer)는 “대두를 일상적으로 먹는다고 해서 여성 생식 호르몬의 균형을 방해하거나 불임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콩 섭취는 안전하며 건강에 전혀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양질의 단백질이 아니다?

어떤 미국인들은 콩이 ‘고급’ 단백질이 아니라며 두려워하지만, 사실 콩에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있다. 이러한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생성하고, 조직을 복구하며, 영양소를 흡수하고 운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템페(인도네시아 콩 발효식품) 한 조각은 다진 쇠고기 패티와 정확히 같은 영양소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단백질을 섭취하는 데는 소고기만큼이나 좋다.

3. 유방암을 유발한다?

콩 루머 중 가장 유명한 것이다. 콩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만드는 세포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화합물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것이 유방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루머다.

텍사스 MD 앤더슨 암 센터의 종양학자 트라이패시(Tripathy)는 “오랜 시간 여성을 추적하며 그들이 섭취한 콩의 양을 조사한 역학 연구는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콩을 더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유방암이 더 적게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고 했다. 2020년 6월, ’유럽 역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3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을 추적했는데, 참여자들이 하루 10g의 콩을 추가로 섭취할 때마다 유방암 위험이 3% 감소했다.

4. 치매를 일으킨다?

치매는 과학자들이 이제 막 연구하기 시작한 복잡한 질환이다. 2014년 ‘의학 가설’에 발표된 것과 같은 일부 연구는 콩(특히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품종)이 인지 감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던 반면, 2020년 10월 ‘번역 연구 & 임상 개입’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콩을 더 많이 먹는 것이 실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콩 음식과 정신 쇠약 사이는 입증된 연관성이 없다는 것. 미국 버지니아주 영양사 세라 프플루그라트(Sarah Pflugradt)는 “콩의 항산화 특성을 나타내는 연구를 보면 콩이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5. 남성을 여성화한다?

‘소이 보이’라는 경멸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두부를 너무 많이 먹으면,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남성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고, 남성들의 유방을 자라게 하고, 근육의 힘을 잃게 하거나,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사실이 아니다.

2021년 3월 ‘생식 독성학’에서는 콩과 남성 호르몬에 대한 38개 연구를 소개했다. 전형적인 일본 식단에 오르는 것보다 더 많은 콩과 이소플라본도 남성의 총 테스토스테론, 유리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또는 에스트론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또 9개의 임상 연구를 소개한 다른 리뷰에서도 콩 섭취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나 정액 생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6. 아기에게 위험하다?

콩 분유는 이소플라본이 유아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일까? 2019년의 한 연구는 이소플라본이 생리통과 같은 인생의 후반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고, 2018년 5월 ‘임상 내분비 및 대사 저널’의 종적 연구는 이소플라본이 생식기 세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콩을 먹이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플루그라트는 “콩 분유가 어린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에 미치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프론티어스 인 누트리션‘에 발표된 리뷰에서는 콩 분유가 발달 이상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아기가 갈락토오스혈증이나 젖을 소화하기 힘든 유전성 락타아제 결핍증과 같은 유전적 장애가 있거나 부모가 아기에게 비동물성 분유를 먹이려는 경우에, 콩 분유를 먹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두유 분유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7. 적절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한다?

‘항영양소’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음식에 항영양소 물질이 있으면 특정 비타민과 미네랄을 흡수하는 능력을 억제한다고 한다. 프플루그라트는 콩이 철분, 칼슘, 아연의 흡수를 감소시킬 수도 있는 피틴, 옥살레이트, 렉틴을 함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긴 하지만, 콩에 있는 항영양소는 그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2020년 10월 ‘영양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콩이 영양소 흡수를 방해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24시간 내내 콩을 먹지 않는 한, 콩이 영양소를 급격히 떨어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연구에서 높은 온도가 음식의 옥살레이트나 렉틴의 양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만약 잠재적인 해를 상쇄하고 싶다면 콩을 항상 요리하면 된다. 프플루그라트는 “콩을 먹음으로써 얻는 많은 이점이 해로운 점보다 더 크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결론은 서양인들이 콩에 가지고 있는 속설은 근거가 박약한 루머일뿐이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은 “이소플라본으로 알려진 콩의 식물 에스트로겐과 콩 단백질은 사람들의 호르몬 상태, 섭취하는 음식, 그리고 연구가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기능할 수 있다”고 했다. 콩이 우리 몸에 해를 끼치기는커녕 몸에 좋다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미국 암 협회는 콩 음식이 건강에 좋고 안전하다고 입증했고, 미국 심장 협회 역시 콩이 콜레스테롤을 줄여 주어 심장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추천한다. 2020년 7월 ‘노인 심장학 저널’은 콩이 혈압 수치를 안정되게 한다고 했다. 또 콩을 포함한 식단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 그리고 다른 중요한 영양소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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