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몸에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구축했더니?

119종 박테리아로 구성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쥐 체내에 구축

마이크로바이옴은 병원균을 막아주고 음식소화를 도와주고 심지어 우리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에는 약 30조 개의 미생물이 있다. 대략 우리 몸의 전체 세포와 같은 숫자다. 하지만 대다수 박테리아가 세포보다 훨씬 더 작기에 그 무게는 우리 몸무게의 극히 일부만 차지한다. 그 미생물(microbiota)과 그 유전 정보(genom) 전체를 아울러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병원균을 막아주고 음식소화를 도와주고 심지어 우리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질병을 치료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의사들은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의 하나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에 감염된 경우 이 균에 대한 내성이 있는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이식하는 치료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어떤 미생물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규명되지 못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119종의 박테리아를 결합한 인공 마이크로바이옴을 쥐의 체내에 형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6일(현지시간)《셀》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알려진 대부분은 페트리 접시에서 겨우 기른 몇 가지 종에서 왔다. 그러다 2000년대 초 인간의 침, 대변, 피부 샘플에서 DNA를 채취함으로써 큰 발전이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그 미생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지고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 목록은 놀라울 정도로 길었고, 많은 종은 처음 발견된 것이었다.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미생물 종의 대부분이 어떤 사람들 몸에선 발견되지만 다른 사람들 몸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 생소한 유기체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쥐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은 살균된 우리에서 무균 상태의 쥐를 기른 다음 인간의 배설물로 만든 육수를 이 동물들의 창자에 이식했다. 이렇게 이식된 인간 체내의 미생물들이 쥐의 체내에서 복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물들은 감질나는 것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비만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한 쥐는 평균 몸무게의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한 쥐보다 체중이 더 늘어난다는 정도에 머물렀다. 문제는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더 어렵다는 데 있었다. 대변 샘플에 들어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종별로 조작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무균 쥐에게 단일 종의 미생물을 이식하고 그 효과를 관찰함으로써 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대다수 미생물은 그들을 도와줄 생태학적 동반자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그래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소수정예만 선정해서 무균 쥐에 이식하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지금까지 20종 미만의 이식에만 성공했을 뿐인데 미니어처 마이크로바이옴은 쥐의 면역체계와 신진대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연구의 외부자인 텍사스대의 로라 후퍼 교수(면역학)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쥐를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 앨리스 쳉 교수(소화기내과)와 마이클 피시바흐 교수(생물공학)는 그 미니어처 마이크로바이옴의 종수를 119종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합성 마이크로바이옴은 심지어 공격적인 병원균을 견딜 수 있고 완전한 마이크로바이옴이 하는 것처럼 쥐가 건강한 면역 체계를 발달시키도록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외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키란 파틸 교수(생물학)은 “100개가 넘는 인간 내장 속 미생물이 어떻게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놀랍다”면서 마치 백조각이 넘는 퍼즐을 맞춰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공유하는 166종 미생물 목록을 작성했고 그중 104종을 수집했다. 피시바흐 교수는 실험실에서 이 104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쳉 교수는 이 104종의 공동체를 무균 생쥐에 이식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쥐의 배설물을 채취해 그 안에 포함된 모든 미생물의 DNA 서열을 분석한 결과 104종이 미생물이 쥐의 내부에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발견했다.

이 미니어처 마이크로바이옴이 없는 다른 무균 쥐에게 이를 이식했을 때도 해당 미생물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여기에 다른 미생물을 추가해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합성 마이크로바이옴은 심지어 공격적인 병원균을 견딜 수 있고 완전한 마이크로바이옴이 하는 것처럼 쥐가 건강한 면역 체계를 발달시키게 도왔다.

연구진은 이 마이크로바이옴(hCom1)을 시험하기 위해 인간 자원봉사자의 대변을 쥐에게 이식했다. 거기에 포함된 엄청나게 많은 다른 미생물들의 공격에도 합성 마이크로바이옴이 견뎌내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원래의 종들 중 오직 7개만이 사라졌다. 새로운 종 중 일부는 생태계의 빈 곳을 발견했고 마이크로바이옴의 빈자리로 섞여 들어갔다.

그 두 번째 실험으로 그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완성됐다. 그들은 가장 성공적인 22종의 새로운 종을 그들의 ‘미생물 동물원’에 추가해 총 119종이 서식하는 합성 마이크로바이옴 구축에 성공했다. 이렇게 완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은 hCom2로 명명됐다. hCom2가 있는 쥐에게 인간의 대변을 이식했을 때 이 미니어처 마이크로바이옴이 온전하게 보존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한 이들 쥐들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대장균 변이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종전 실험에서 해당 대장균은 12종으로 구성된 미니어처 마이크로바이옴을 파괴했다. 하지만 hCom2 쥐들은 인간 대변이 이식된 쥐와 마찬가지로 해당 대장균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hCom2 마이크로바이옴은 전체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종류의 영향을 숙주에게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해당 쥐들은 장에서 건강한 수준의 소화액을 만들어 냈고 세균이 없는 쥐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완전한 면역 체계를 발달시켰다.

Cheng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은 이미 그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칵테일에서 특정 미생물을 제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또한 그들 자신의 실험을 실행하기를 원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그들의 미생물 은행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2)00990-4?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2009904%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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