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가 고발한 ‘위선의 사회’에서 얼마나 벗어났나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38호 (2022-09-05일자)

마광수가 고발한 ‘위선의 사회’에서 얼마나 벗어났나

나는 천당 가기 싫어
천당은 너무 밝대
빛 밖에 없대
밤이 없대
그러면 달도 없을 거고
달밤의 키스도 없을 거고
달밤의 섹스도 없겠지
나는 천당 가기 싫어

천당과 극락에선 쾌락을 좇을 수 없고, 천사나 선녀를 봐도 사랑을 할 수도 없어 너무 따분하겠기에 안 가겠다고 주위에 농담을 해왔지만, 실제로 이런 상상을 빛과 어둠을 대조해 산뜻한 시로 표현한 천재 시인이 있었습니다. 2017년 오늘(9월 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마광수 교수였습니다.

마 교수는 소설가로 각인됐지만, 시인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며 윤동주를 양지로 끌어올렸고, 박두진의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기형도와 안도현을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마 교수는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전임강사로 임용됐는데 인근 대학교 학생들까지 와서 그의 문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는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2년 강의 중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제자들 앞에서 수갑이 채여 끌려갔고 그대로 구속됐습니다.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가 풍속을 해쳤다는 이유였습니다.

몇 년 전 서울지하철 3호선의 경로석에서 80대로 보이는 어르신이 돋보기 안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책을 보시기에, 책 제목을 봤더니 마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였습니다. 이 책과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도 ‘야한 작품’이었지만, 특히 《즐거운 사라》는 이른바 지식인의 위선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지식인’들의 저항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스승의 구속에 학생들은 분노했습니다. 마 교수는 천재이면서도 다른 교수가 학생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것에 반대했고, 학생의 의견에 경청하는, 합리적 인물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연세대 교정에 “마광수 교수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항의했지만, 마 교수는 2개월 구치소에 있다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질(膣) 속에 집어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마광수의 시 ‘사라의 법정’ 전문

마 교수는 우중(愚衆)에 의해 왕따를 당했고, 친구의 배신을 목도하며 대학에서 쫓겨났으며 사회적 폭력 이후 무관심 속에서 굴곡의 삶을 살다가 5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났습니다. 《즐거운 사라》를 펴냈던 출판사 사장으로 마 교수와 함께 구속됐던 천재 소설가 장정일은 마 교수의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를 몰이해와 냉대 속에 오래 방치하고, 이 천재를 ‘변태’라고 몰아세웠으며,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탄식했습니다.

마 교수는 구속되고 “10년 뒤이면 이 모든 일이 얼마나 희극적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10년 뒤 “내가 틀렸다. 10년 뒤에도 대한민국의 위선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개탄했습니다.

굳이 성 문제 뿐이 아닐 겁니다. 모든 문제를 윤리와 결부시키려고 하고, 누구에게도 최고의 윤리를 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위선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광수 교수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우면서 부끄럽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30년 전 ‘즐거운 사라 논쟁’이 일어났다면 문학의 본질을 무시한 채 천재 작가를 조리돌림했던 그 ‘윤리적 사람들’에 속하지는 않겠지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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