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러도 먹는 ‘가짜 식욕’, 억제제로 줄어들까?

식욕억제 주사 돌풍, 나도 맞아볼까? 지속 가능성은 '물음표'

피자를 먹고 있는 여성
위장이 빈 상태가 아닌데도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을 ‘가짜 식욕’이라고 한다. [사진=Doucefleur/게티이미지뱅크]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진다. 서늘해진 날씨, 줄어든 일조량 등이 식욕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사계절 식욕이 돋는 사람들도 있다. ‘가짜 식욕’이 그 원인일 수 있다.

가짜 식욕은 위장에서 허기를 느끼지 않는데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드는 상태다. 진짜 식욕과 가짜 식욕을 구분하는 손쉬운 방법은 현재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는 것이다.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배를 채우고 싶다면 진짜 식욕일 가능성이 높고, 특정한 음식을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짜 식욕일 확률이 높다. 가짜 식욕이 돌 땐 달거나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다.

가짜 식욕은 호르몬 분비와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당분, 지방, 나트륨 등에 대한 식탐을 높인다. 보상 체계와 연관된 ‘도파민’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대감만으로도 분비되며 그 음식을 음식을 먹을 때는 분비량이 크게 늘어나 행복한 감정이 들도록 만든다.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역시 음식과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로를 받고 싶거나 재빨리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가짜 식욕이 일어난다.

이런 식욕을 줄여준다는 치료제들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식욕억제제’가 이런 가짜 식욕을 효율적으로 억제해 ‘비만 탈출’을 도와줄 수 있을까?

가짜 식욕에 대한 식욕억제제 효과, 전문가마다 의견 분분

현재 한국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식욕억제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클루티드)’다. 매일 복부나 허벅지에 자가 주사를 해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분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등장했다. 이 약은 체중의 20%까지 감량하는 임상 결과를 보여 국내 다이어트 시장 진입 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약품들이 가짜 식욕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가짜 식욕은 심리·사회적 이유나 습관으로 나타난다”며 “대부분 식욕억제제는 ‘본능적 식욕’에 효과가 있다. 가짜 식욕에 대한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배고프지 않을 때 먹는 식사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뿐 아니라 포만감 유지, 음식에 대한 탐닉 억제 효과도 있다”며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도 식욕억제제로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식욕억제제는 가짜 식욕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만 전적으로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는 없다.

‘다 아는 방법’이 답이다… ‘지속 가능성’도 살펴야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비만 예방이 중요하다. 서양인 대비 낮은 체질량지수(BMI)에서도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재헌 교수는 “동일한 비만도일 때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유전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김선미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30 kg/m2 일 때 서양인이 보이는 질병 위험도가 아시아인에서는 25 kg/m2 이상에서부터 나타난다”며 “체질량지수뿐 아니라 복부비만의 기준인 허리둘레도 동양인과 서양인 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외관상 ‘뚱뚱’이 아닌 ‘통통’ 상태일 때도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체중 및 비만을 유도하는 식욕 관리가 중요하다. 이로 인해 식욕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도 두통, 구토, 설사, 발열, 두드러기, 위장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용도 문제다. 삭센다는 펜(주사제) 하나 당 12만 원가량이다,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책정된 가격 기준으로 월 1000달러(약 135만 원)의 비용이 든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으론 부담이 된다.

식욕억제제를 중단하는 순간,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국제학술지 ≪정신·신체 의학(Psychosomatic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다이어트 후 2년이 지난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83%가 다이어트 당시보다 체중이 불어난 결과를 보였다. 우리 몸은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가짜 식욕이 있든, 진짜 식욕이 있든 단기간 무리하게 진행하는 다이어트와 약물 의존 등을 통해 식욕과 체중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강 교수는 “평생 지속 가능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욕 및 체중 관리를 위한 왕도는 없다는 것.

체중 감량에 너무 속도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 교수는 “지방 1 kg을 감량하는 데 7700 kcal 가량이 소모된다”면서 “적절한 체중 감량 속도는 한 달에 3 kg 정도여서 하루 500 kcal의 식사량을 줄이고 300 kcal 정도의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요요를 막는 적절한 다이어트 속도”라고 설명했다.

근육을 키워 에너지 소모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감량하면 근육량도 줄어 에너지 소모량이 감소하게 된다”며 “과거보다 식사량을 줄여도 에너지 소모량 역시 함께 줄기 때문에 체중이 다시 차츰차츰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뇌에 있는 뇌하수체는 우리의 체중을 원래로 되돌리려 하기 때문에, 줄어든 체중을 ‘내 체중’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 과정은 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체중 감량 성공 후 최소 6개월 이상은 해당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한 달에 10kg을 빼겠다는 식의 무리한 목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피로도를 높이기 때문에 가짜 식욕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식욕 관리와 체중 감량은 우리가 ‘다 아는 방법’이 정석이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교정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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