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남편’의 눈물… “엄마, 죄송해요”

[김용의 헬스앤]

정부가 이번 추석에도 요양병원-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를 제한하기로 했다. 비대면 면회 중인 요양센터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뉴스1]

올 추석 연휴(9월9일~12일)에도 요양병원 면회실은 두터운 유리벽이 가로막을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대면접촉 면회 제한’을 추석 연휴에도 지속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코로나 감염취약시설인 요양병원은 명절에도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유리벽 너머로 얼굴을 보고 마이크를 통해 말을 전한다. 주름 투성이인 늙은 어머니의 손도 잡을 수 없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지만 유독 요양병원에선 ‘비인간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엄마, 죄송해요…” A씨의 50대 남편은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면회할 때마다 흐느낀다. 그는 ‘효자’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으로 몸의 마비 증상이 심한 어머니를 집에서 간병하다 5개월 전 요양병원에 모셨다. 부부가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도저히 집에서 간병할 형편이 안 되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간병을 미루지 않고 거의 혼자서 했다. A씨는 삶이 고단할 뿐 어머니를 극진히 챙기는 남편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남편은 어머니 뿐 아니라 아내인 A씨에게도 자상하게 대한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떠나던 날 남편은 종일 울었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도 차 안에서 눈물을 보였다. 남편은 돈 때문에 전담 간병인을 구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4~6인을 같이 돌보는 공동 간병인을 쓰면 비용은 절약되지만 간병의 부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가뜩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하실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요즘 간병비가 치솟고 있다. 외국인 간병인이 크게 줄고 감염 걱정에 간병을 꺼리는 풍조가 뚜렷해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7만~9만원 수준이었던 간병비를 지금은 14만, 15만 원을 예사로 부른다. 그래도 ‘성실한’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달이면 400만 원 이상이 간병비로 쉽게 나간다. 간병인 1명이 환자 6명 정도를 돌보는 공동 간병비도 올라 한 달에 최소 100만~150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 병원 치료비는 별도다. 코로나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자영업자들은 부모님 간병도 제대로 못할 형편이다.

대부분의 간병인은 계약서 없이 활동한다. 일당으로 계산해 주급으로 정산한다. 간병비는 치솟고 있지만 정작 간병인은 힘든 일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이 적다고 불만이다. 간병인 소개업소에서 떼어 가는 돈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간병인은 2주를 일하면 하루는 유급휴가 처리하는 게 관행이다. 코로나 유행으로 유급휴가가 어려워지자 2주마다 하루 일당을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부담이 더 늘었다.

간병 비용은 환자와 가족이 오롯이 현금으로 부담한다. 건강보험 적용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전망이다. 건보 적용이 안 되니 비급여라 할 수 있지만, 진료비 명세서에는 기재되지 않는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400만~500만 원을 부담해도 의료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간병은 이처럼 비용, 질, 인력 문제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 등 아무런 자격이 없어도 일할 수 있다. 정부, 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없어 전국의 간병인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간병인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환자의 몸에 욕창이 생기지 않게 수시로 몸을 뒤집어줘야 하는데 기본 요령조차 모르는 간병인이 적지 않다. 자칫하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가끔 환자를 학대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뉴스에 나올 정도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환자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작은 문제는 예사로 일어나고 있다.

고령자는 급속히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간병 문제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간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위협하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간병 때문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고 몇 년 간 간병비를 대느라 ‘간병 파산’ 얘기도 자주 나온다. 국회와 정부가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급격히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간병 문제는 곪아 터질 수밖에 없다.

A씨의 남편은 자신의 경제적 무능 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고생하신다고 자책한다. 돈이 모자라 어머니만 돌보는 전담 간병인을 쓰는 대신 여러 환자를 같이 돌보는 공동 간병인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부부의 자영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 영향이 고스란히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이번 추석에도 남편은 어머니를 뵙고 “엄마, 미안해요”하며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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