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혐오증, 청각 문제 아닌 ‘이것’ 때문?

뇌의 청각중추 아니라 감정 관련된 섬엽의 활성화 관찰돼

특정 소리에 분노와 혐오의 감정이 유발되는 소리혐오증(미소포니아)이 청각 중추가 아니라 감정 관련 중추의 이상 반응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소리에 분노와 혐오의 감정이 유발되는 소리혐오증(미소포니아)이 청각 중추가 아니라 감정 관련 중추의 이상 반응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신경과학의 최전선》에 발표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OSU)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미소포니아는 주로 입과 코와 관련된 소리에 의해 유발된다고 여겨져 왔다. 씹는 소리, 코 훌쩍임, 입맛 다시는 소리 심지어 숨쉬기도 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연구는 손가락 두드리기, 마우스 클릭, 하이힐 신고 걷는 소리,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같은 일반적 소리에도 미소포니아가 유발됨을 보여줬다. 논문의 제1저자인 헤더 한센 OSU 심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미소포니아 장애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센 연구원은 “미소포니아로 인한 혐오나 분노의 감정적 반응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면서 “당신 어머니의 씹는 소리가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낯선 사람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은 짜증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소포니아가 심각한 경우 강한 공격본능이나 도피반응을 유발해 사회생활을 못하고 집에만 머물게 되는 경우도 있고 자실기도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

논문의 배경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미소포니아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5명 중 1명꼴이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미소포니아에 대한 치료법은 물론 그 증상에 대한 연구도 많지 않다. 미소포니아라는 용어 자체가 20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고 그에 대한 진단기준도 10년째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미소포니아는 미국정신의학협회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서 진단 가능한 정신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포드햄대의 딘 맥케이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강박장애에 대한 책을 쓰면서 미소포니아에 대해 한 개 장을 할애했던 그는 특정 소리를 참아내기 힘들어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인데 그게 병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전 연구들은 소리를 처리하는 뇌의 청각중추와 입과 얼굴의 운동 조절 영역 사이의 지나치게 민감한 연결로 인해 미소포니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미소포니아를 유발하는 전형적 소리로 뭔가를 씹거나 숨 쉬는 소리가 들어 있는 것도 이로 설명됐다. 이번 연구는 소리가 미소포니아를 유발하는 건 맞지만 뇌의 청각 중추가 아니라 뇌에서 혐오감 같은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섬엽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미소포니아 진단점수가 높게 나온 7명과 평균 이하인 12명을 합쳐 19명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갖춘 채로 ‘바 가 가 라 다’와 같은 무의미한 음절을 큰 소리로 말하거나 자신들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게 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게 했다.

그 결과 미소포니아 진단점수가 높게 나온 그룹은 운동과 관련된 뇌 영역과 섬엽 사이의 연결이 뚜렷이 활성화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입을 움직이고 다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반면 뇌의 청각중추와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센 연구원은 소리에 반응하는 청각 중추가 아니라 감정반응과 관련된 섬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자체적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려주지 않은 채 몸의 움직임과 뇌의 반응만 관찰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결과로 개인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 활성화되는 뇌 부분이 미소포니아가 있는 개인과 그렇지 않은 개인에서 다르게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미소포니아가 소리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맥케이 교수는 미소포니아가 있는 사람들이 청각 자극 전에 시각적 자극에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소리를 유발할 수 있는 사전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화를 내거나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맥케이 교수는 섬엽의 활성화가 미소포니아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소포니아와 반대로 아주 작고 섬세한 특정소리에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을 보이는 사람들이 이번 실험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ASMR에 심취한 사람들은 씹는 소리, 맛을 음미하는 소리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이런 경우에도 섬염의 활성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섬엽이 활성화된 것만으로 혐오반응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ins.2022.880759/ful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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