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똑 닮은 ‘도플갱어’, 유전자도 비슷할까?

쌍둥이처럼 닮은 데는 환경보다 유전자 영향이 훨씬 커

외모가 흡사한 사람들은 주요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혈연관계도 아니고 사는 곳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놀랍도록 유사한 외모를 지녔을 때 도플갱어라는 표현을 쓴다.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 죽음을 맞는다는 독일 전설 속 존재를 일컫는 용어를 가져온 표현이다. 실제 도플갱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외모가 흡사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주요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23일(현지시간) 《셀 리포츠》에 발표된 스페인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카레라스 연구소의 마넬 에스텔라 선임연구원은 일란성 쌍둥이의 신체적 차이를 연구해왔다. 그와 동료들은 쌍둥이가 아님에도 도플갱어의 외모가 어떻게 유사한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외모가 흡사한 32쌍을 모집해 그들의 사진을 제공받고 생활 습관과 생물학적 특징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타액을 제공받아 유전자 분석도 실시했다.

연구진은 먼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그들이 제공한 사진을 통해 얼굴 유사성을 정량화했다. 32쌍 중 16쌍은 동일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분석된 일란성 쌍둥이와 유사한 전체 점수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 16쌍 도플갱어의 DNA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진짜로 닮은 16쌍의 유전자가 소프트웨어가 덜 비슷하다고 평가한 다른 16쌍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에스텔라 연구원은 “이 사람들은 게놈, 즉 DNA 서열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했다“면서 더 닮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DNA만이 우리 외형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온 경험과 조상의 경험이 특정 유전자를 켜지거나 꺼지게 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후성유전체(epigenome)라고 부른다. 또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로 구성된 우리 체내의 미생물군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도 유전자 발현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에스텔라 연구원은 도플갱어의 게놈은 비슷하지만 후성유전체와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학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후성유전학과 미생물군은 분리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불일치는 도플갱어의 외모가 그들이 자란 환경보다 그들의 DNA와 더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플갱어의 출현은 공유된 인생 경험보다 공유된 유전자에 더 기인한다는 점에서 운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텔러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의사들이 미래에 질병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만약 사람들의 외모가 비슷하다면 그만큼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 질병에 대한 반응도 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얼굴 생김새와 행동 패턴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며, 이 연구의 발견은 DNA 샘플만 발견된 범죄 용의자의 얼굴을 추론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언젠가는 법의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대 생물의학윤리센터의 다프네 마르츠넨코 박사후 연구원은 “외모에 대한 알고리즘이 과거 인종적 편견을 강화하기 위해 악용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람들의 외모와 DNA 또는 그들의 행동을 연관 짓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2)01075-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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