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 범위는?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의료법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간호사는 환자를 관찰 및 자료수집, 요양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 등을 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는 원칙적으로 간호사를 보조하는 것이 업무범위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간호 및 진료보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의 ‘간호 및 진료보조’의 범위를 법에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대법원 판례 및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간호 및 진료보조업무란 다른 면허자의 업무영역에 속하지 않는 업무로서 의사 등의 구체적인 지시나 지도를 받아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간단한 문진, 활력징후측정, 혈당측정, 채혈 등 진단보호행위, 피하/근육/혈관 등 주사행위, 수술실에서 마취보조/수술진행보조, 병동진료실에서 소독/마취/소변로확보/관장/깁스 등 치료보조행위, 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조제/투약 등을 돕는 약무보조행위 등으로 예시하고 있다.

최근에 간호조무사의 진료업무 범위와 의사의 지도의무에 대한 흥미로운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성형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A는 환자 B에게 이마거상술을 시행했다. 이후 실밥을 제거하기 위해 내원한 환자 B를 자신이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치료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 C에게 혼자 실밥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C는 메스와 핀셋을 이용해 환자의 양쪽 두 눈 위아래에 꿰매어 놓은 실밥을 제거하였다. 검찰은 간호조무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그리고 의사는 간호조무사가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하도록 사주했다고 기소했다

법원은 수술 후 실밥을 제거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의사의 지시하에서 할 수 있지만 실밥제거에 앞서 수술 부위 상태의 이상 유무를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가 아닌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봤다.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실밥제거 행위가 긴급했는지나 방법 등을 따져볼 때,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실밥을 제거한 것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의사 A의 유죄를 인정했다. 또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서 실밥을 제거하였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간호조무사의 유죄도 인정했다.

원칙적으로 의료 행위는 의사가 해야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나 감독 하에 의사의 진료 보조업무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진료 보조업무란 최소한의 침습(미생물이나 장비가 체내에 들어가는 것)적인 의료행위를 포함한다. ‘의사의 지도’의 의미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의사가 같은 진료실에 있거나 최소한 지도감독이 가능한 의료기관 내에 공존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과 판례를 종합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의사는 간호조무사에게 최소한의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찰과 같은 의학적 판단을 우선적으로 하고 이러한 의료행위가 시행되는 같은 진료실에서 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지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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