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갸웃 하는 ‘유방암 0기’, 어떻게 할까?

유방암 1기로 발전할 위험은 약 3분의 1

유방암 0기(제자리 암종)를 통보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쉽지
않은 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담당 의사가 ‘유방암 0기’로 진단됐다고 통보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는 이를 치료하느냐, 기다리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사실 전문의들도 이에 대해 100% 확신할 수 없다. 0기 암은 ‘제자리 암종’이라고 한다. 유방암 0기를 일부 전문의는 ‘유방암의 초기 단계’로 보는 반면, 일부 전문의는 ‘유방암의 전 단계’로 본다. 전자는 암이 이미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고, 후자는 앞으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관점에 따라 대처 방법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암은 걷잡을 수 없이 분열하는 비정상적인 세포를 가진 질병의 그룹으로 정의된다. 이런 세포는 주위 조직을 공격할 수 있다. 유방암 0기는 비침습성으로, 당장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훗날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유방암 1기보다 훨씬 덜 진행된 상태다.

유방암 0기의 유형 두 가지

유방암 0기에는 비침윤성 파제트병, 유관 상피내암(DCIS) 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비침윤성 파제트병은 유두에 생기는 드문 형태의 유방암이다. 유관 상피내암(DCIS)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방암 0기라고 할 때의 바로 그 상태를 뜻한다. 비정상적인 세포가 유관에 여전히 있고 유방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지방 조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인은 밝혀진 바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이렇다할 증상도 없다. 다만 유두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두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비정상 세포가 앞으로 침윤성(암이 번져 주변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는 성질)을 보일지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 즉 주위 조직(유관의 기저막)을 침범해 퍼지기 시작할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유방암 0기는 즉각 치료해야 하나?

DCIS 진단을 받으면 병리검사 보고서(판독지)에 핵 등급(nuclear grade)이 표시된다. 핵 등급은 암세포 핵(nucleus)의 크기, 모양, 분열 과정이나 성장 과정에 있는 종양 세포의 비율을 평가하는 등급이며 1~3등급으로 나뉜다. 비정상적인 세포가 주변으로 퍼질 위험이 가장 낮은 것이 1등급이고, 가장 높은 것이 3등급이다.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도 받아야 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으면 이를 ‘ER 양성(ER+)’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암이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 변화를 확인할 수도 있다.

세 가지 치료 대안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어떤 치료든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0기 암(제자리 암종)은 비침윤성이지만 바뀔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안전을 택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주요 치료 대안에는 림프절 절제술(비정상 세포와 그 주변의 정상 조직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 유방 절제술 및 방사선 치료, 유방절제술(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 등이 있다.

관찰하며 기다려도 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세 가지 치료 대안 외에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것’을 꼽기도 한다. DCIS가 있는 여성의 약 3분의 1은 침윤성 유방암으로 악화(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는 즉각적으로 치료하는 대신,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 뒤 펼쳐지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만약 즉시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침윤성 유방암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 반면 정당한 이유 없이 고통스러운 수술 및 시술을 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선별 검사를 더 자주 받기로 결정한다면 나중에 병세가 악화되고 치료하기도 더 힘든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와 긴밀히 상의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김영섭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