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여자→남자의 비극적 삶, 책임은 누구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36호 (2022-08-22일자)

남자→여자→남자의 비극적 삶, 책임은 누구에?

1965년 오늘(8월 22일), 캐나다 위니펙에서 쌍둥이 형제가 태어나 축복을 받았습니다. 비극의 주인공과 조연이 될지 아무도 모른 채.

쌍둥이 형 브루스 피터 라이머는 아기 때 배뇨장애 때문에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음경을 잃었습니다. 부모는 백방을 헤매다 한 줄기 빛을 찾았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존 머니 박사였습니다. 그는 생물학적 성(Sex)에 대비된 사회학적 개념인 젠더(Gender)를 처음 주창한 성심리학자로서 후천적으로 성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절박했던 쌍둥이 부모는 박사가 빛이 아니라 더 큰 암흑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렁이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브루스는 거세수술을 받고, 호르몬치료를 받으며 브렌다라는 새 이름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존 머니에겐 일란성 쌍둥이가 자신의 이론을 확실히 입증할 최고의 무기로 여겨졌을 겁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강요했습니다. 분만 장면을 억지로 보여줬고, 동생 브라이언을 끌어들여 성관계를 흉내 내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브렌다의 일부 신호를 과장해 학계에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는 증거로 홍보했습니다. 성 후천설은 학계에서 정설로 자리 잡는 듯했고, 페미니스트 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브렌다는 인형 놀이보다는 칼싸움을 더 좋아했고 소변도 서서 보려고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섬’으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춘기 때 선머슴으로 지내며 괴로움의 늪에 빠지자, 부모는 마침내 쌍둥이에게 진실을 얘기합니다. 동생은 분노했지만, 브렌다는 아빠가 사준 아이스크림이 다 녹도록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14세 때 브렌다는 다시 데이비드로 태어납니다. 성서에서 다비드의 이름을 따와 용기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형식적이나마 음경 재건 수술을 받았으며 양쪽 유방을 절제했습니다. 가슴도 떨어져 나갔지만, 여자로서 맺었던 친구들도 함께 떨어져 나갔습니다. 데이비드는 25세 때 미혼모와 결혼하며 운명과 맞서며 앙버텼지만, 동생이 항우울증 과다 복용으로 숨진 뒤 괴로워하다 38세 때 권총으로 삶을 마감합니다.

데이비드는 한 기자가 자신에 대해 쓴 책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에서 “만약 여자가 사고로 가슴을 잃으면 ‘완벽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남자로 만들어야 하나요?”하고 반문했습니다.

만약 데이비드가 존 머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성이란 무엇일까요, 왜 성의 정체성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까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성은 어떻게 정의돼야 할까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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