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피부 추출 콜라겐으로 인간 각막 복원 성공”

이식 2년 뒤 20명 전원 실명 상태에서 벗어났고 3명은 정상시력 되찾아

돼지 피부에서 추출한 콜라겐 각막 이식체를 활용해 잃은 시력을 되찾게 해주는데 성공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이 즐겨 먹는 돼지 껍데기에 콜라겐이 많다는 것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이 돼지 껍데기에서 추출한 콜라겐 각막 이식체로 잃은 시력을 되찾게 해주는데 성공했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11일(현지시간) 《네이처 생명공학》에 발표된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인간의 각막은 주로 콜라겐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돼지 피부에서 고도로 정제된 콜라겐을 증류한 다음 느슨해진 콜라겐 분자를 안정화시켜 사람의 눈에 이식할 수 있는 질기고 투명한 물질을 만들었다.

이 각막 이식체는 원추각막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개발됐다. 원추각막은 보통 어린 나이에 시작돼 10대 초반까지 진행되는데 콜라겐이 점차 분해되면서 각막이 얇아지고 원추형으로 돌출함에 따라 빛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와 능력을 잃게 된다. 연구책임자인 닐 라갈리 린셰핑대 교수(생물의학)는 “미국 인구의 약 0.1%가 원추각막의 영향을 받지만 아시아와 호주의 경우는 최대 2~3%가 이 병에 걸린다”며 “인도나 중국과 같은 인구 대국에서는 수천 만 명의 사람이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각막 이식체를 원추각막 증세로 시력을 잃거나 잃어가는 이란과 인도의 환자 20명의 각막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식 수술 전 20명의 환자 중 14명은 완전 실명 상태였다. 이식 수술 후 2년이 지난 뒤 20명 모두 실명에서 벗어났고 3명은 원래의 시력으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스웨덴 의료업체 링코케어(LinkoCare) 생명과학과 손을 잡고 제조한 이 인조 각막 이식체가 각막 손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시력상실 치료에 획기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약 1270만 명이 각막 손실로 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 기증자로부터 각막을 받아 이식하는 것 뿐이다. 70명 중 1명만이 이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풍부하고 저렴한 각막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라갈리 교수는 “돼지피부에서 추출한 콜라겐은 식품업계의 부산물로 매우 풍부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피부 필러 제품으로 개발될 정도로 안정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인조 각막 이식체 제조를 위해 필요한 돼지는 식용에 사용되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돼지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게다가 이 각막 이식체는 인간 기증 각막보다 거부반응도 훨씬 더 적다고 한다. 라갈리 교수는 “콜라겐이 고도로 정제돼 있고 생체공학으로 만들어진 각막에 세포나 다른 생물학적 물질이 없기 때문에 거부 반응의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각막 이식을 하려면 각막의 전체를 제거하고 인간 기증자 각막으로 교체한 뒤 봉합한다”면서 “외래 인체조직이어서 거부반응을 피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면역억제 안약 투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각막 이식체는 환자가 자신의 각막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만 삽입된다. 이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면역억제 안약도 8주간만 투여하면 충분하다고 라갈리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이식된 각막은 최소 2년 이상 가늘어지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라갈리 교수는 “초기 연구에 따르면 이식된 각막은 최소 10년 이상 지속되는데 이 각막 이식체는 그보다 훨씬 더 유지된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 고유의 각막 세포가 새로운 콜라겐을 생성해 장기적으로 각막 조직이 재생될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 추출 콜라겐 각막 이식체는 인간 기증 각막보다 유리한 점이 또 하나 있다. 기증된 각막은 2주내에 이식돼야 한다. 하지만 돼지 콜라겐 이식체는 최대 2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라갈리 교수는 “더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도 효과를 검증받으면 의약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검토한 미국안과학회 대변인인 웨일 코넬 의대의 크리스토퍼 스타 교수는 “매우 유망한 초기 결과”라며 ”원추각막과 각막 장애를 가진 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각막 전문가로서 이 논문에 제시된 결과에 감격하며 이 기술이 FDA의 최종 승인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7-022-01409-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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