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의 진실과 본질

[기자 칼럼] 존스홉킨스병원도 한때는 위험한 병원이었는데...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에서 과장급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뒤늦게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숨지는 사고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엔 믿기지 않는 ‘황당한 사건’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대한민국 중증 환자 집중치료 시스템 문제로 이슈가 넘어갔다. 지금은 의사 수 증원을 놓고 의사단체와 타 보건단체가 설전을 벌이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이 논란이 잘못된 팩트와 연결돼 있는 데다가, 중요한 몇 가지가 빠져 있어 공허한 결론으로 흐지부지될까 우려된다.

사건은 7월 24일 일어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책임간호사 A 씨가 출근 뒤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은 긴급상황에 들어갔지만, 수술을 맡을 의사가 없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했고 A 씨는 30일 그곳에서 숨졌다. 한 병원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사연을 올렸고, 조선일보 인턴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간호사단체는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병원 노조는 재발 방지 대책, 의사직 적정인력 확보와 합리적 운영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첫 보도에서 “수술 의사들이 학회 가서 인력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블라인드의 이미지가 확인 없이 소개됐고, 이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나머지 언론들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뒤따랐다. 어떤 신문은 의사들 모두가 학회에 참석했다고, 어떤 신문은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 2명 중 한 명은 해외 학회, 한 명은 지방에 휴가갔다고 보도했다.

피치 못한 사고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무렵,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가 사실 확인도 않고 총대를 멨다. 방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대형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인 게 현실이고, 그 큰 아산병원도 단 2명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한 분은 해외학회 참석 중이셨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 중이셨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었다. 그래서 그날은 뇌혈관외과 교수가 아니라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으나 결국은 출혈 부위를 막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도 실력있는 의사가 되려면 세계학회에 참석하여 세계적인 의사들과 발표하고 토론해야 수준이 올라가는데, 의사의 해외학회 참석을 마냥 노는 것으로만 보시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주장하며 중증의료제도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몇몇 언론이 이 논조에 동조하고 보도했다. 공은 보건의료 당국으로 넘어갔고, 보건복지부는 필수 의료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서울아산병원의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신경외과에선 교원을 포함한 전임 의사 25명 가운데 13명이 뇌를 전공하고 있으며 뇌출혈 수술 전담은 3명이다. 병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머리를 여는 개두수술은 올 초까지 세 명이 맡고 있다가 지금은 두 명이 맡고 있다고 한다. 코메디닷컴의 확인 결과 지난달 24일을 전후한 시기에 국내외에서 뇌졸중과 관련된 학회는 없었으며, 두 명 모두 같은 시기에 휴가를 갔다. 인원이 줄었으면 경각심을 갖고 더 조심해야 했는데, 거꾸로 갔던 것이다. 두 명이 휴가를 가면 만일의 사태에 대한 어떤 대책이라도 세웠어야 했다. 아마 응급환자 연락이 오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환자가 내부에 있었다.

사실, 필자는 ‘빅5 병원’에 개두술을 할 의사가 2, 3명 뿐이어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방재승 교수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뇌출혈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속도가 중요하다. 굳이 빅5 병원에 가기보다는 부근 병원에 빨리 가는 것이 관건이다. 더구나 미세수술, 중재시술 등의 수술 적응점이 계속 늘고 있다. 아산병원은 결원이 임시상황이었고 평소 교수 3, 4명에 전임의, 전공의 등이 보충한다. 그런데 왜 대형병원에 개두수술만 하는 교수가 대폭 늘어야 하는가? 신경외과 전문의가 80명인 미국 존스홉킨스병원도 개두술만 하는 교원은 3, 4명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충분히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그것이 문제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뉴스위크의 ‘2022년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30위를 기록했고, 뇌를 치료하는 ‘신경’ 분야에서 세계 8위의 평가를 받았다. 이런 병원에서 뇌졸중 수술의 공백을 방치해서 수술을 못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군색하다.

서울아산병원의 원래 이름은 서울중앙병원이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병원을 오로지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고, 이 때문에 ‘현대’나 자신의 호인 ‘아산’을 병원명에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병원은 환자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충만하지만 ‘빽’이 없어서 서울대나 연세대 등에 교원으로 남지 못한 의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의 실력파들을 스카우트해서 공정하게 경쟁을 시켰다. 간 이식 분야의 대가 이승규, 심장중재술의 박승정, 신경외과 뇌출혈 수술의 명의 권병덕 교수 등은 병원에서 붙박이로 살다시피하면서 환자를 살려냈다. 특히 박승정 교수는 자신뿐 아니라 심장센터 직원 모두를 응급상황 때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곳에 살도록 했다. 병원 전체가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다. 병원의 토대를 닦은 의사들이 젊은 의사들에게 “나 때는…”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각종 글로벌 조사에서 돈이 최상의 가치로 나오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의사에게만 물질적 가치와 워라벨을 무시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몇 년 전에 한 병원에서 수련생이 퇴근시간에 맞춰 수술이 진행 중인 수술실을 떠난 게 의료계에서 화제가 됐지만, 지금은 ‘얘깃거리’도 안된다. 특히 국내 대학병원들의 신경외과에선 20년 전부터 전공의나 전임의 모집 때 젊은 의사들이 스승들에게 “나중에 척추로 바꾸는 조건이 아니면 뇌 분야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딜’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특히 뇌혈관질환 수술 분야는 척추 분야에 비교하면 훨씬 돈을 적게 벌면서도, 규칙적 생활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 한다. 거기에 더해 최선을 다했어도 조금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소송의 덫에 갇히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것이 이번 사건을 덮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서울아산병원은 출발의 역사부터 다른, 최고를 지향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병원 의사들이 보통 사람의 논리로 움직여도, 소명(召命·Vocation) 의식으로 무장한 최고의 의사들로 최고의 의료를 구현하며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려고 한다면, 의료 환경 탓하며 지나가선 안 된다. 오히려 이 위기를 재탄생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산병원이 관료화되고 권위적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1등 집단의 틈새에 환자가 아니라 의료인 중심주의가 싹트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짚어볼 때가 아닐까.

아산병원은 무엇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병원의 침묵이 두려움이 아니라 신중함과 철저함 때문이기를 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 매릴런드주의 좋은 병원에서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생후 18개월 아기 조시 킹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다 숨진 A씨를 서울아산병원이 최고의 병원으로 도약하는 시금석이 되는 인물로 기릴 것을 권하고 싶다. 병원은 A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병원이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병원장은 폐기능이 떨어져 사지에 서성이던 한 소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감옥 갈 각오로 생체폐이식을 감행했던 의사 아닌가? 이제는 병원의 관료화와 안일에 맞서야 하지 않을까, 최고의 의료를 갈구하는 환자들을 위해….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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