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과 의사 부족…정부·국회 ‘필수의료 살리기’ 나선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필수 의료 기피 현상 민낯 드러나

정책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기일 복지부 2차관
8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정책 간담회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료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내 최대 규모 병원이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숨지는 것을 막지 못한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의 필수 의료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와 국회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골든타임이 지나 숨졌다. 당시 아산병원에서 신경외과 의사가 당직을 서고 있었지만 뇌혈관 질환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 2명이 동시에 휴가를 떠난 사실이 드러나자 뭇매가 쏟아졌다. 의료계는 수술 가능한 온콜(긴급대기) 당직의가 없는 상황이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인력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8일 정책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번 주(9~12일) 필수 의료 과목 전문가들을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 수가 조정 등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섰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지원은 낮고, 인기과에 대한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어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전공의 충원율에 의하면 2018년 101.0%를 기록했던 소아청소년과는 2022년 28.1%로 크게 낮아졌고, 흉부외과(47.9%), 외과(76.1%), 산부인과(80.%)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흉부외과, 뇌혈관외과, 산부인과 중 분만분야 등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소위 기피과 현상을 어렵고 험한 것을 꺼려하는 세대와 가치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지원 의료인력이 부족해 규모가 큰 병원도 극소수의 인원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콜 당직을 했음에도 환자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야간 수술을 해도 이에 대한 보상과 피드백이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치료 지연과 공백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과에 대한 지원을 기피하고 관련 전문의가 점점 고갈되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는 정부가 필수의료 과목에 전공의들이 지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필수의료지원TF’를 신설, 조만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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