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는 어떻게 미국에 다시 돌아왔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에서 소아마비의 재림은 보건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불러왔으며 최소 한 달 전에는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온라인 뉴스레터 매체인 프로퍼블리카의 보도를 온라인 과학전문지 언다크가 최근 재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약 한 달 전 영국 보건 당국은 런던에서 소아마비가 국지적으로 퍼졌음을 시사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확실히 충격이었다. 영국은 2003년 소아마비가 사라졌다고 발표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병 환자가 나온 것 아니었다. 하수 샘플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그 샘플들의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5세 이하의 아동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적극적 예방조치를 취했다.

반면 7월말 소아마비 환자가 발견됨으로써 10년 만에 소아마비 복귀를 알게 된 미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게 전개됐다. 미국의 공중보건기간은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대한 하수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에선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게 우선이다. 이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지역공동체에서 소리 소문 없이 퍼져 나갈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반응 전략이다.

미국에서 소아마비의 재림의 징후는 그 한 달 전에 나타났다. 6월 뉴욕주 로클랜드 카운티의 한 청년이 쇠약과 마비 증세로 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다. 하지만 검사결과 그가 소아마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한 달의 시간을 또 허송했다.

미국 소아과학회 감염병위원장인 스탠퍼드대 이본 말도나도 교수(소아과)는 소아마비 감염의 대부분이 무증상이기 때문에 마비증상이 나타날 때면 100~1000건의 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발병 사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꼬리를 쫓고 있는 셈입니다.”

사례가 확인되고 나서야 뉴욕주 보건 당국은 영국 보건당국의 조치를 쫓아서 록랜드 카운티와 다른 지역에서 나온 하수 샘플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뉴욕주는 미국 대다수 지역처럼 코로나19 확산을 추적하기 위해 이미 하수 샘플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기에 여기에 소아마비 바이러스 검사를 추가한 것이다. 그 결과 로클랜드 카운티 샘플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수십 년 동안 소아마비와 같은 질병에 대한 하수 감시는 비용이 이점을 능가한 것이 사실이다. 90%를 상회하는 높은 미국의 소아마비 백신 접종율이 소아마비의 위험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율이 훨씬 낮은 지역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뉴욕시 북서쪽 교외 지역인 로클랜드 카운티가 그런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2018년과 2019년 백신 예방이 가능한 또 다른 질병인 홍역이 광범위하게 발병했다. 특히 백신접종을 거부한 유대인 공동체가 집중된 곳에서 발병했는데 몇몇 매체는 이번의 소아마비 환자도 그 지역 사회의 일원이라고 보도했다.

-2016년부터 백신 유래 제2형 소아마비 확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오랫동안 후퇴해 온 질병에 대한 새로운 취약점을 열어줬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봉쇄와 잘못된 정보 및 보건정책이 정치 논쟁으로 비화하는 바람에 백신 접종에 대한 집단거부가 발생하면서 일상적 예방접종도 방해받게 됐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19~2021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을 3회 접종한 전 세계 어린이의 비율이 5%포인트 떨어졌고 홍역과 소아마비 예방접종도 감소했다. 해당 데이터를 수집해온 30년 동안 가장 큰 감소세였다.

이는 20세기 전반 미국사회에 재앙과 같았던 소아마비 파동을 재발케 할 수 있다. 소아마비가 절정에 달했던 1952년 3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사망했고, 2만명 이상이 사지마비를 겪었다. 감염자의 약 70%는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병에 걸린 사람들 중 대부분은 발열, 인후통, 근육 약화, 메스꺼움과 같은 가벼운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감염자 1,000명 중 약 5명은 돌이킬 수 없는 마비 증상을 보인다.

소아마비는 매우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이어서 그에 감염된 어린이의 척수아 뇌줄기를 공격하면서 대부분 어린 아이들을 희생시킨 악명 높은 전력을 갖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배설물이나 호흡기 비말이 섞인 물이나 음식, 또는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확산된다. 이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전형적 경로다.

1988년 세계소아마비퇴치구상(GPEI)이 국제적 예방접종 캠페인과 감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소아마비는 세계 곳곳에서 근절됐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종류의 야생 소아마비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두 나라에서만 풍토병으로 남았다.

하지만 백신 접종 확산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소아마비가 돌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저소득국가에선 혀에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되기에 투약도 쉽고 제조비용도 저렴한 경구 백신을 아이들에게 투약하기 시작했다. 이 경구백신은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보호 항체를 만들기 위해 약화된 생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이 백신은 보너스 효과도 가져온다. 해당 백신을 복용한 사람이 약해진 생바이러스를 배설하면 이 바이러스가 다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퍼질 수 있고, 그 안에서 보호 항체를 촉발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생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 몸에 침투하면 소아마비 증세를 발병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선진국의 주사형 소아마비 백신은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하기에 이런 부작용이 없다.

제2형 소아마비는 세계 보건 당국이 2016년 구강백신에 사용되는 생바이러스에서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국에서 점점 더 많은 어린이가 제2형 소아마비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로 남게 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런던의 하수도에서 발견된 소아마비 바이러스와 미국에서 소아마비가 발병한 남성의 경우도 제2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남성이 올해 폴란드와 헝가리를 여행했다고 보도했지만 록랜드 카운티 보건부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잠복기 기간에는 해외 여행 중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국 시라큐스대 데이비드 라르센 교수(전염병학)은 “하수 검사가 소아마비 확산을 막는 궁긍의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아마비 감시를 위해 하수검사를 도입한 나라는 많지가 았다. 2016년부터를 이를 시작한 영국과 1989년부터 시작한 이스라엘정도가 있을 뿐이다. 실제 이스라엘에선 2013년 하수에서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백신 캠페인을 벌여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올해 예루살렘 지역에서 한 어린이가 감염됐고 이후 실시된 하수검사에서 다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2020년 11월 스탠퍼드대와 에모리대의 하수도 코로나바이러스 경보 네트워크는 캘리포니아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코로나19 변이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병원체에 대한 모니터링이 추가됐다. 에모리대 마를린 울프 교수는 “경보 네트워크가 여러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기에 검출할 바이러스를 추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비용만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하수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여전히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대변인은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에서 인플루엔자에 이르기까지 다른 병원체에 대한 데이터를 포함시키기 위해 플랫폼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소아마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아마비 검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노동력과 자원이 집중되어 공중 보건 실험실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도나도 교수는 최근의 소아마비 환자 발생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하수검사 체계가 계속돼야 함을 환기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마비 발병을 근본적으로 더 나은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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