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엄마 간호사 환자 지키며 떠나다

거동 힘든 환자 몸에서 투석기 떼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의 고 현은경 간호사 온라인 추모관. 오는 12일까지 운영된다. [사진=대한간호협회]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환자들 돌보느라…”

50세 엄마 간호사는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환자 생각만 했다. 투석실로 매캐한 연기가 쏟아져 들어와도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내느라 바빴다. 그래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 하나로 버틴 20년 간호사 생활… 그의 ‘환자 사랑’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빛을 발했다.

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의 4층 건물에서 불이 나 4층에 입주해 있던 신장 투석 전문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숨졌다. 환자 등 44명이 연기에 질식하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한 환자 4명은 거동을 제대로 못하는 고령자였다. 3층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은 4층까지 치솟지 않았지만 유독 물질이 포함된 자욱한 연기가 문제였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50)씨는 자신만 생각했으면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자욱한 현장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는 홀로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도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여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들 옆에 있다가 돌아가신 것 같다”고 했다.

5일 오전 경기 이천시 4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된 후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고인은 20여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며 남매를 키웠다. 현재 군복무 중인 고인의 아들은 할아버지 팔순 잔치(6일)를 계기로 휴가를 나와 있었다. 고인은 아버지의 팔순 잔치에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를 하루 앞두고 변을 당한 것이다.

사회복지사인 딸 장지현(25)씨는 “어머니는 간호사 일과 저희 뒷바라지로 힘들 때가 많았을 텐 데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섰던 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어릴 때부터 간호사의 사명감에 대해 얘기하시고 늘 행동으로 보여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12일까지 온라인 추모관을 운영한다. 협회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누구나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다. 협회 측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최선의 간호를 펼치신 고인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