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끝 망가지면 죽지 않는 ‘좀비세포’ 생긴다

인간 수명 결정하는 '텔로미어' 손상과 연관

손상이 일어난 염색체
염색체 끝 부분이 손상되면 생기는 좀비세포는 체내에 누적돼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Dr_Microbe/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속에는 죽지 않고 버티는 ‘좀비세포’가 있다. 일반적으로 체내 세포는 분열하고 성장하고 죽는 단계를 거친다. 기존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기면서 체내에 일정한 세포수가 유지되는 것. 그런데 좀비세포로 불리는 세포는 수십 년이 흘러도 죽지 않는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염색체 끝부분이 손상됐을 때 좀비세포가 생길 수 있다.

염색체 끝부분에는 유전물질의 손상을 막기 위해 보호캡을 형성하는 텔로미어가 있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더 이상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좀비세포 혹은 늙은 세포가 탄생한다.

좀비세포는 죽음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 죽지 않고 체내에 계속 축적된다. 분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암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상 유익한 세포 같아 보이지만, 반대로 염증과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시켜 주변의 다른 세포를 암세포가 되도록 유인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좀비세포가 점점 누적돼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로 인해 좀비세포를 없애는 것은 연구자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연구팀은 텔로미어가 손상을 입었을 때 실제로 좀비세포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텔로미어에 손상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실에서 인간세포를 배양한 뒤 해당 세포의 텔로미어에 인위적으로 손상을 가한 것. 그 결과, 실제로 좀비세포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짧아진다. 공기 오염, 담배 연기 등 해로운 화학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형성되면서 텔로미어 단축 기간이 더욱 가속화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면역결핍,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암 등 노화와 관련한 질병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세월이 흐르며 짧아지는 텔로미어도 노화와 관련한 질병을 일으키지만,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혔을 때도 좀비세포가 생기면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로미어를 보호하고 좀비세포의 축적을 막는 치료법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앞선 쥐 실험에서 좀비세포를 제거하자 인지기능, 근육량 등이 개선되고 감염 시 회복 능력도 좋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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