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노화 시계 6년 앞당겨 (연구)

일주일에 와인 5잔 이상은 노화 촉진

과음을 하면 신체 노화가 가속화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음을 하면 신체 나이로 볼 때 노화가 최대 6년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일주일에 와인 5잔이 넘는 음주는 신체의 생체 시계를 빨라지게 한다.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telomeres) 길이를 짧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짧아져 DNA 손상이나 알츠하이머, 당뇨병,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 위험을 높인다.

일주일에 17 유닛(unit)을 초과해 술을 마시는 사람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짧은 것으로 밝혀졌다. 1 유닛은 순수 알코올 10ml 또는 8g에 해당하는 양이다. 도수 12%의 작은 와인 1잔(125ml)이 1.5 유닛, 도수 5%의 맥주 한 병(330ml)은 1.7 유닛 정도다.

연구진은 UK 바이오뱅크에 참여한 영국인 24만5000명의 유전자 및 건강 자료를 조사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7세였고 남녀 비율은 대략 비슷했다. 대부분 음주하는 사람들이었으며, 3%만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전에 알코올 소비 및 알코올 장애와 관련이 있었던 참가자에게서 뚜렷한 유전적 표지가 있는지 조사했는데, 데이터 분석 결과 높은 알코올 섭취량과 짧은 텔로미어 길이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이 발견됐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술 29 유닛을 마신 사람은 6 유닛 미만의 술을 마신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로 볼 때 1~2년 신체 나이가 더 많았다. 큰 와인잔을 기준으로 29 유닛은 약 10잔, 6 유닛은 약 2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을 받은 참가자, 따라서 술을 많이 마셔왔을 가능성이 높은 참가자는 대조군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현저히 더 짧아 생물학적 노화로 3~6년에 해당하는 정도였다.

이런 연관성은 일주일에 17 유닛을 초과한 양을 마신 사람에게서만 나타났다. 이는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권장하는 것보다 3 유닛 많은 양이다. NHS에서는 일주일에 14 유닛 이하로 마실 것을 권장하며 폭음을 피하기 위해 3~4일 동안 나눠 마셔야 한다. 연구저자인 정신의학 전문가 안야 토피왈라 박사는 “양이 중요하며, 음주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주가 어떻게 텔로미어를 짧아지게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가 알코올을 처리할 때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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