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간병 누가? 시누이-남편 vs 며느리

[김용의 헬스앤]

간병 문제는 연금 개혁만큼 중요하다. 간병 비용을 대폭 낮추는 정책이 시급하다. 25일부터 요양병원-시설에서 손을 잡는 접촉 면회가 중단됐다. [사진=뉴스1]

지난 주 [김용의 헬스앤] ‘효자 남편, 시누이, 요양병원…’ 글에 적지 않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다. 남편은 어머니 간병을 아내에게만 떠넘기고 시누이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지 말라”며 잔소리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며느리가 왜 시부모 ‘독박 간병’을 하느냐”는 의견을 제시한 분들이 상당수였다. 극단적 사례이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중년들에게는 간병 문제가 눈앞의 현실이다. 건강한 양가 부모님들도 언젠가 일정 기간 간병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희망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간병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간병을 누가 하는가? 요양병원에는 언제 모실 것인가? 간병 비용은 누구 부담할 것인가?… 자칫하면 우애가 좋았던 가족 간에 불화가 싹틀 수 있다. 간병 문제의 중심에 있는 남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 간병 기간이 길면 간병인을 채용해도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신뢰할 수 있는 요양병원-시설에 개인 간병인까지 붙이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요즘은 늙으신 부모님들도 따로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분이 몸져 누우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 간병’을 해야 한다. 사별 후 한 분이 다시 아프면 자식들이 나서야 한다. 부모님 간병에 아들, 딸, 며느리를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형편이 되는 대로 역할을 나누어서 간병을 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양가 부모님들이 동시에 간병이 필요한 경우다. 시댁, 친정 부모가 같은 시기에 치매나 뇌졸중 후유증을 겪으면 난감해진다. 이쪽, 저쪽을 오가다 몸이 파김치가 된다. 아이들 뒷바라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요양병원·시설에 모시는 게 합리적일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요양병원·시설이 ‘내키지 않은 곳’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요양병원·시설로 떠나는 날 부모님이나 자녀 모두 우울해진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늙으신 부모님을 요양병원·시설로 모신 후 한동안 밤잠을 못 이루었다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졸지에 ‘불효자’가 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요양병원·시설은 코로나19 유행 중 대표적인 ‘감염취약 시설’로 떠올랐다. 쉽게 얘기하면 ‘위험한 곳’이다. 국내 코로나 사망자의 절반이 이곳에서 나왔다. 면회도 제대로 못하다 ‘부모님 위독’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요양병원·시설로 달려간 자녀들도 많다.

25일부터 요양병원·시설의 접촉 면회가 다시 중단됐다. 코로나 유행 규모가 커지면서 감염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가족들은 다시 두터운 유리벽 사이로 얼굴을 봐야 한다. 이야기도 유리벽 밑의 전화기를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다. 지난달 20일부터 백신 접종과 관계 없이 가족들의 손을 잡을 수 있었지만 겨우 한 달 남짓 ‘자유’를 누린 것이다.

가족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출퇴근하는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간병인들은 놔두고 가족들에게만 감염 위험의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다. 잠시 나마 손자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요양병원 환자들도 실망이 크다. 이들은 피붙이와의 대화, 스킨십, 간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낀다. 거동이 불편해 늘 한 곳에서 갇혀 지내야 하는 분들의 ‘인생의 낙’이 무엇일까? 손자의 재롱은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행복이다. 나이 들고 아플수록 가족의 정이 그립다고 얘기한다. 코로나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아픈 마음도 고려하는 방역 정책이 아쉽다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요양병원의 부모님을 집으로 다시 모신 아들과 며느리가 주목받고 있다. 몸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건강이 안 좋은 부모님을 가까이서 모셔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꼭 집에서 간병을 하는 게 옳은 방식은 아닐 것이다. 간병 방법은 개개인의 처지에 맞게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간병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현재 중년의 나이라면 머지않아 자신의 요양병원 입원을 놓고 자식들의 눈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요양병원에는 치매 노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40~60대 환자들도 꽤 있다.

간병 이슈는 연금 개혁만큼 중요하다. 연금을 두둑히 받아도 간병비로 다 날릴 수 있다. 깨끗하고 위생에 철저한 요양병원-시설이 가까이 있으면 굳이 집에서 모실 필요가 없다. 간병비도 더 싸져야 한다. 간병인을 소개하는 곳에서 가져가는 돈만 줄여도 간병비가 저렴해진다. 중국동포 뿐 아니라 내국인도 앞다투어 간병인을 자원할 수 있도록 근무-복지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면 간병을 놓고 일어나는 가족 간의 불화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간병 문제는 가까운 시기에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간병, 요양병원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정부 관계자도 본인, 가족의 간병 문제로 고민하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이제 시간이 없다.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간병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오늘도 간병 문제로 아픈 마음을 추스리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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