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약 대신 ‘상쾌한 바닷바람’ 처방하면?

[박문일의 생명여행] (28)녹색처방의 효용

자연이 사람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쾌한 바닷바람이든, 잔잔한 파도소리든, 잔잔한 수면에 반짝이는 햇살이든, 우리 몸과 마음은 바닷가나 냇가, 산기슭 등에 있으면 무언가 치유력을 느끼게 된다. 자연은 사람의 건강에 대해 무한하고도 깊은, 긍정적인 기운과 회복력을 준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바다 공기를 우울증 치료제로 처방했다. 또한 수세기 동안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천연 온천으로 보낸 프랑스인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산속에서 치유하게 한 일본의 삼림욕 관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자연이 우리 신체나 정신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모든 감각은 자연과 연결된다는 사실은 고대인으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 까지 확립된 전통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의료로 넘어오면서 의사들은 이것을 ‘녹색처방 (Green prescription)’으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녹색처방과 관련돼 발표된 수많은 연구결과와 사례들은 오늘날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자연의 장점을 이해하고 자연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음을 밝혀주고 있다.

질병을 수술과 약물로만 치료하고자 했던 많은 고지식한 의료인들도 이제 자연의 긍정적인 치유효과를 학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결과의 공통결과는 자연은 사람의 심박수, 스트레스 호르몬 및 혈압을 낮추고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며 면역체계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 대부분의 정부에서는 현대 생활에 수반되는 수많은 건강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연주의 건강 정책 및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을 대자연으로 유도하고 자연치유율을 높인 결과 국가 보건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녹색처방이란 환자의 건강 관리의 일부로, 자연속에서 신체 활동을 하라는 의료 전문가의 조언이다.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간단하고도 현명한 방법인 것이다. 《뉴질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녹색처방은 “사람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다. 《영국의학잡지(British Medical Journal)》에서도 “부작용의 증거 없이 12개월 동안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하면서 ‘지역 사회 걷기, 운동 및 영양 섭취, 운동 처방’에 대한 녹색처방은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공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얼마 만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인가. 영국에서의 연구결과를 보면 “공원, 삼림지대, 들판과 같은 녹지 공간에서 일주일에 2시간만 보내더라도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결과는 ‘1주일 간 자연 환경에서 보낸 시간과 건강 및 웰빙’에 대해 영국인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녹지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뒤 건강이나 웰빙을 물은 결과, 자연에서 2시간 미만을 보낸 사람들은 전혀 시간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과 비슷하였지만, 2시간 이상을 보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더 높은 건강 및 웰빙 수준을 보인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94분간 자연환경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러니 여기에 약 30분만 더 자연환경에 투자하면 우리는 더 건강해 질수 있는 것이다.

부유한 지역이나 빈곤 지역에서나, 또한 연령, 성별, 만성 질병 또는 장애에 관계없이 자연에서 보낸 2시간의 건강 이득의 크기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구태여 공원을 뛰어 다닐 필요가 없다.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연 속의 건강은 우리 몸에 스멀스멀 스며들어온다.

구체적인 녹색처방의 예를 살펴보자.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셰틀랜드 제도 (Shetland Islands)에서는 의사들이 독특한 처방전을 나눠주고 있다. 정기적인 치료와 함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닷새 서식지의 소리와 냄새를 맡거나, 삼림속에 자신이 쉴 공간을 만들거나, 단순히 구름 모양을 감상하라는 지시를 하고 있다. 이 처방전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월에서 12월에 이르기까지 각각 그 달의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준다. 그 중에서 1월의 지침은 아래와 같다.

“밖으로 나오세요, 3분 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귀를 기울여 보세요.”
“이끼를 찾아보세요.”
“당신의 정원에 있는 새들을 세어 보세요.”
“날씨가 어떻든 나가서 바람의 상쾌함을 느껴보세요.“
“가랑비가 내린다면 조금 맞아 보세요”
“산보하면서 동물의 흔적을 찾아보세요” 등이다.

뉴질랜드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녹색 처방을 받은 지 6~8개월 후에 환자의 2/3가 더 활동적이고 건강해졌으며 거의 절반은 체중이 감소했다고 한다.

한편, 정원 가꾸기 등의 야외 활동에 참여하는 이른바 ‘에코 테라피’도 경증에서 중등도 우울증의 유망한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녹지 근처에 사는 도시 거주자는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이 더 낮다. 그리고 녹지 공간의 생물다양성이 클수록 사람들의 심리적 웰빙에 대한 혜택도 커진다. 또한 단순히 외부에 있는 것만으로도 밝은 빛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는데, 이는 계절성 우울증과 비계절성 우울증 모두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는 더 푸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사회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심혈관 건강이 더 좋고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알고도 실천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유선방송 채널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교양프로그램이 2012년 8월에 시작된 이래 10년 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자연이 사람에게 얼마나 이득을 주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녹색처방의 최대 이점은 의사의 처방전이 없더라도 스스로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공짜 처방전으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해 보자. 자연의 치유에너지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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