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실신·마비…아프간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2021년 8월 탈레반 집권 후 집단심인성질환 발병률 높아져

신체형장애 환자는 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없음에도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은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 말고 또 다른 유행병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여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경련과 마비증상이. 아프간에서는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무장단체들이 독을 풀어서 발생하는 집단적 중독현상이라며 정치적 반대세력을 공격하는데 이를 이용한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신체 이상으로 전환되는 신체형장애(somatoform disorder)가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집단심인성질환으로 보고 있다고 온라인 과학전문지 《언다크》가 최근 보도했다.

신체형장애 환자는 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없음에도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신경학적 장애를 모방하는 신체적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전환적 장애라고도 한다. 증상은 종종 상당한 정서적 또는 육체적 고통의 기간을 따르며, 그것들은 개인의 의식적인 통제 밖에 있다.

이런 전환 ​​장애는 종종 한 번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명백한 병원체, 독소 또는 기타 물리적 원인 없이 증상이 집단 또는 그룹을 통해 퍼져 집단심인성질환(대량 사회성 질병, 집단 심인성 장애, 유행성 히스테리 또는 집단 히스테리라고도 함)라고도 한다 종종 전문가들은 대량 심인성 질병은 학생들이 이미 화학전을 두려워하는 학교의 악취와 같은 확실한 위협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기록과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집단정신질환의 구체적인 원인과 기전은 규명된 바가 없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거의 지워진 아프간에선 더욱 그러하다. 환자를 직접 관찰하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관찰한 의사와 사회학자 그리고 이를 체험한 여성들과 인터뷰를 통해 2004년 이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 나라의 수많은 여성과 소녀가 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에서만 지난 10년 동안 수만 건의 사례가 발생했다. 심한 어지럼증과 쇠약증, 과호흡, 두통, 발열, 메스꺼움, 복통으로 도시의 병원을 찾는 소녀가 넘쳐났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신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의사들은 신체적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전국에 6개뿐인 정신변동의 하나인 헤라트주병원 정신변동에 보낸다. 거기서 정맥주사와 항불안제, 진정제를 처받받거나 전기충격요법 시술을 받은 환자의 대부분은 24시간 뒤 의식을 되찾아 집으로 돌려 보내진다.

헤라트병원 정신병동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정신과전문의 와히드 누르자드 박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이런 증세가 보고되기 시작했는데 2021년 8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발병률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증세를 보여 이 병원 여성변동에 실려온 여성 환자의 숫자는 2020년 1만800건에서 2021년 1만2678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4월 한 달간 환자 수만 900명이 넘는다. 노르자드 박사는 “아프간에서 소녀가 되는 것은 아프간에서 사는 소녀가 아닌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압박감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지금가지 아프간에서 발생한 수만 건의 집단심인성질환은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집단 발병,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보도, 과거엔 탈레반의 소행에서 지금은 반대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몰아가기다. 예를 들어 2011년 헤라트 도심에서 차로 45분 정도 떨어진 아불 왈리드 마을에 있는 한 여학교의 학생 30명이 집단 발병했을 때 탈레반의 소행으로 몰고 갔다. 2012년 타하르 주에서는 170명 이상의 여성과 여학생들이 학교의 우물에서 물을 섭취한 후 집단 발병했을 때도 우물에 독극물을 탄 결과라 했지만 수도 카불에 있는 나토 연구소는 물에서 독극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P) 보고서는 22개 여학교에서 집단 독극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리고 뉴스위크, 세계보건기구, 유엔, 나토의 국제안보지원군의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200개의 물, 소변, 혈액 샘플에서 독소나 중독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수사관들은 그 소녀들이 집단 심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집단심인성질환은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보고됐다. 2011년 미국 뉴욕의 십대 소녀 한무리가 경련을 일으키고 발성 틱 장애를 일으켰을 때 환경독소 때문이 아니냐며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촉발했으나 집단심인성자애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질환은 종종 분재지역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1990년 코소보에서 수천 명의 알바니아계 고등학생들에게서 유사 증세가 발생했으며 1983년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에 사는 10대 소녀를 중심으로 943명이 집단 실신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도 같은 증세로 판단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질환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미국 오클랜드 대학의 의학사회학자인 로버트 E. 바르톨로뮤 박사는 수십 년의 전쟁을 겪은 아프가니스탄이 집단심인성질환의 온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5년 아프간 정부의 요청을 받아 아프간에서 독극물 살포 혐의를 받은 수천 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독증세 없이 빠르게 회복된 집단심인성질환으로 진단됐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돌봐 온 비영리단체 포커싱 이니셔티브 인터내셔널의 의학인류학자 패트리샤 오미디언 박사는 1970년대 이후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 나라에서 여성들의 정신건강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에서 여성은 공공 영역과 가정 모두에서 크게 분리되고 있으며 집안일로 인한 피로와 영양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에 정신질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나 자신도 거기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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