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도 뇌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

일주일에 4잔가량 마시는 사람들 뇌에서도 철분 과잉 축적 발견돼

소량의 알코올도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 한 잔을 마셔도 뇌의 철분 수치를 높여 기억력과 사고력에 잠재적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PLOS) 의학》에 게재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2만1000명에 가까운 중장년층과 노인 중에서 일주일에 맥주를 적게 마신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뇌에 철분이 더 많이 축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정 뇌 영역의 철분 축적은 추론, 계획, 문제 해결과 같은 인지력 저하를 가져온다. 논문의 제1저자인 옥스퍼드대 아냐 토피왈라 연구원은 “소량의 알코올도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면서 뇌 건강과 관련해 안전한 수준의 음주는 없다는 새로운 증거라고 말했다..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철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뇌가 노화되면 철분이 과잉 축적된다. 이는 기억력과 사고력의 저하를 가져와 치매와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을 지닌 사람들 뇌에서 철분이 과잉 축적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적당한 음주를 하사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뇌에 더 많은 철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번 연구 전까진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40세 이상의 영국 성인 약 50만 명의 의학 및 유전 정보를 보유한 영국 바이오 뱅크에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검사를 받은 약 2만1000명을 추려낸 뒤 그들이 밝힌 평균 알코올 섭취량을 비교했다. 전반적으로 뇌의 철분은 비음주자에게서 가장 낮게 발견됐다. 반면 일주일에 표준 술잔으로 4잔가량의 술을 마셔 적당한 음주자로 분류된 사람도 과잉 철분 축적이 확인됐다. 적당량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뇌에 철분 함량이 높을 경우 계획, 추론, 반응 시간, 그리고 문제 해결과 같은 인지력 테스트의 낮은 점수와 연결됐다.

연구진은 알코올이 뇌의 철분 수치를 높인다든가 뇌의 철분이 인지력 테스트의 낮은 점수와 연결된다는 직접적 증거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코올과 뇌의 철분이 뇌의 노화를 가속화하는 것과 관련 이음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가벼운 음주는 뇌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증거다. 올해 3월에 발표된 한 연구는 규칙적으로 술을 마신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노화와 관련된 뇌 수축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음이 가장 심각했지만 적당량의 음주 역시 뇌 수축을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알코올질환 연구자인 케네스 무카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코올 섭취가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경로 중 그동안 잘 연구되지 않은 한 경로를 살펴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미국 농무부(USDA)의 음주 지침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USDA 지침은 남성은 하루 두 잔 이하, 여성은 하루 한 잔 이하의 음주는 허용하고 있다.

뇌의 철분을 연구하는 미국 켄터키대의 발렌티노스 자카리우 연구원은 노화 자체가 뇌 철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특정 식이 영양소가 소수의 노년층에서 뇌의 철분을 낮추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영양소에는 비타민 E와 생선 및 견과류와 같은 식품에서 발견되는 지방산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선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맥주를 조금 덜 마시거나, 식단에 약간의 생선을 첨가하는 것이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피왈라 연구원은 술이 철분 수치를 높여 뇌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 입증되면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철분 킬레이트(혈청 철분을 감소시키는 약)를 갖고 있기에 흥미로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ournals.plos.org/plosmedicine/article?id=10.1371/journal.pmed.100403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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