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을까?

[박문일의 생명여행] ㉗생명의 기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서 찍어보내온 카리나 성운(Carina Nebula·용골자리 성운). 제임스 웹 망원경은 생명 기원의 실마리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NASA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현재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까지 도달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인류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웹 망원경으로 우주의 깊숙한 곳까지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첫 작품이 얼마전 인류에게 첫 공개되었는데, 이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기원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되리라 기대되고 있다. 속속 공개되고 있는 풀컬러 사진들은 인류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접한 과학계에서는 은하계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면서 흥분하고 있다.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과학계에서 가장 심오한 질문 중 하나이며 많은 이론이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이 모두 흔쾌히 동의할만한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면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아직도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각종 학설들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명기원에 대한 과학자들의 첫 번째 주장은 ‘원시 수프(Primordial soup)’였다. 이 이론은 지구가 젊었을 때 바다가 생명체에 중요한 단순한 화학 물질로 가득 차 있었다는 개념으로서 바다 속에서 단순세포 생명체가 자가 조립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하여 여러 과학자들이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미국의 스탠리 밀러가 유리관에 4가지 간단한 화학 물질을 혼합하여 가열하고 전기 스파크로 충격을 줘 단백질의 구성 요소인 여러 아미노산을 만들었는데, 이 실험결과의 의미는 생명의 화학 물질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생명을 만드는 것은 밀러의 실험이 제안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수십 년 동안 여러 경쟁 가설이 제안되었으며 오늘날 이 분야는 극도로 양극화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생명의 어떤 화학적 구성 요소가 먼저 왔는지, 생명의 과정 중 어떤 것이 먼저 왔는지, 지구상의 생명체가 언제 처음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해 모두 의견이 다른것이다.

사실 생명의 기원이 언제인지조차 의문이다.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지구가 형성된 45억 년 후에, 가장 오래된 화석이 확인된 34억 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 뿐이다. 여러 고생물학자들이 더 오래된 생명체의 흔적을 확인하여 그 범위를 좁히려고 시도했지만 생명시작의 시기에 대한 여러가지 가설도 아직 논쟁중이다.

어떤 환경에서 생명이 시작되었지, 즉 생명기원의 장소에 관해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여전히 바다를 선호하지만 반드시 넓은 바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수의 연구자들은 생명이 해저의 알칼리성 분출구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생명이 육지의 연못, 아마도 미국 옐로스톤의 지열 웅덩이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빙하에서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소수의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우주의 다른 곳에서 시작돼 지구로 옮겨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명기원에 대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생명을 창조한 과정이다. 즉 생명이 시작된 메커니즘 이다. 생물체에서 일어나는 많은 과정 중 어떤 현상들이 먼저 나타났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밀러의 실험’은 아미노산이 단순한 단백질로 조립된다는 것이었는데, 단백질은 스스로 생명체의 필수 화학 반응을 가속화하는 효소 역할도 한다. 이를 ‘단백질 우선 가설’ 이라고 하는데 한동안 지지받던 이 가설 후에 그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두번째 가설이 등장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DNA 및 RNA 가설’이다. 이 주장은 생명체가 DNA 및 DNA의 가까운 사촌격인 RNA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RNA는 DNA처럼 유전자를 운반하고 복제할 수 있지만, 구조가 접히거나 변형되면서 단백질처럼 효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RNA에만 기반을 둔 유기체가 먼저 발생하고 나중에 DNA와 단백질이 발달한다는 개념이다.

세 번째 학파는 최초의 유기체가 ‘단순한 얼룩이나 거품’이었다는 것이다. 이 “프로토셀(Protocells)”은 그 핵심 속성에서 현대의 세포와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토셀은 유전적으로 암호화된 여러가지 기능의 진화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세포와는 다르다. 즉, 향후 생명의 모든 구성 요소를 위한 컨테이너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2009년도 노벨생리의학을 공동수상한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잭 조스택 교수는 이보다 발전된 프로토셀을 실험적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자가 복제 RNA도 포함돼 있다.

마지막 가설은 생명은 환경에서 에너지를 추출하고 그 에너지를 사용해 생명 분자를 만드는 일련의 화학 대사반응(Metabolism)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사 우선” 아이디어조차 최근, 최초의 생명체는 해저의 알칼리 분출구 내에서 전하를 띤 양성자의 전류에 의해 구동되었다는 마이클 러셀의 가설로 대체되었다.

정리해 보면,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기원했다는 것은 과학계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다. 과학계에서는 대체로 특정한 환경에서 무기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합성되고 이로부터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돼 이후 생명체로 발생했다는 가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즉 우리 사람들의 원초적 조상은 아무튼 무생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원되었는가에 대한 연구는 원시 지구에서 생물 이전의 화학 반응이 어떻게 생명을 탄생시켰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연구에는 주로 생물학, 화학, 지구 물리학 등이 동원되었는데, 최근에는 우주 생물학, 생화학, 생물 물리학, 지구 화학, 분자 생물학, 해양학 및 고생물학 등도 이용되고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이 그 신비의 영역을 한꺼풀 더 벗겨줄 것인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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