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세상을 바꾸다.. ‘우영우’ 박은빈의 경우

발달 장애인 증가 추세.. 차별 거두고 자립 의지 도와야

케이블 TV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박은빈(오른쪽)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요즘 케이블 TV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13일 시청률이 9.14%나 나왔다(닐슨코리아). 지난달 29일 0.948%로 시작해 매회 시청률이 치솟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법정 드라마다. 따스한 시선으로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극본, 연출의 힘에다 우영우 역의 배우 박은빈의 연기력이 더해져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 ‘드라마’이지만… “우리 아이도 ‘직업인’으로 키우고 싶어요”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얘기를 그리고 있어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 우영우는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기억하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법무법인에 입사해 법정에서 큰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사회성, 감정표현이 여전히 서툴다. 여기서 배우 박은빈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정우성 주연 영화 ‘증인’의 대본을 썼던 문지원 작가의 디테일, 유인식 감독의 연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드라마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를 ‘직업인’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미국 최초의 ‘자폐’ 변호사 헤일리 모스. [사진= 헤일리 모스 홈페이지]
◆ 미국엔 ‘자폐’ 변호사 실제로 있다… 3세 때 진단 받아

미국에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가 실제로 있다. 2019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헤일리 모스(28)는 3세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 진단을 받았다. ASD는 사회성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15세 때 ASD 10대 소녀의 경험을 다룬 책을 쓸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그는 플로리다대(심리학-범죄학)를 거쳐 마이애미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미국 언론은 “자폐증이 있는 플로리다 최초의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발달장애가 있는 변호사가 없지만, 미래에는 나올 수 있다. 발달장애라도 증상과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 로스쿨을 수료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자폐성 발달장애 3급으로 국내 정상급 프로골퍼가 된 이승민. [사진= 한국프로골프협회]
◆ 어머니의 힘, 정상급 프로골퍼 되다… 자폐 증상도 호전

우리나라도 자폐를 딛고 우뚝 선 사람들이 있다. 프로골퍼 이승민(25)은 두 살 때 선천적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15세가 되어도 5~6세 정도의 지능을 보였다.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을 구경한 게 전환점이 됐다. 아들이 골프를 하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 박지애씨는 아들의 ‘희망’을 지켜주기로 했다. 어렵게 중·고교 골프대회에 나가면 경기 진행 속도가 느려 주위의 눈총을 받았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였다. 포기할 순 없었다. 골프 덕분에 아들이 골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승민은 마침내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따냈다. 소속사(하나금융그룹)도 있는 프로선수가 됐다. 자기 힘으로 돈도 번다.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인 그는 국내 프로 골퍼 가운데 50% 이내에 들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했다. 어머니는 아들과 언제나 동행한다. 이승민은 골프를 하면서 발달장애 2급에서 3급이 됐다. 증상이 좋아지고 말하는 능력도 향상됐다. 어머니의 헌신이 아들이 국내 정상급 골프선수로 거듭나게 하고 발달장애 증상까지 호전시킨 것이다.

◆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도움 절실

이 드라마를 본 실제 자폐성 장애 부모들은 “자폐성 장애,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우영우처럼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는 자폐성 장애는 드물다”며 현실의 고민을 토로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내 아이도 성인이 돼서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부모들은 “내가 없다면…” 항상 걱정한다.

부모들은 장애인을 향한 주위의 불편한 시선과 열악한 환경에 좌절한다. 돈만 있으면 미국, 유럽으로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10대 경제강국 답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거둬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자립의 토대를 지원해야 한다. 최근 자폐, 다운증후군 등 발달장애인이 크게 늘고 있다, 내 가족 중에도 발달장애인이 생길 수 있다. 국회,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도와야 한다. 드라마 ‘우영우’가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