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항생제 내성 병원체 감염 증가”

감소세로 돌아섰던 미국 내 사망과 병원 내 감염 2020년 15% 증가

2020년 한 해 동안 2만9400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내성 병원체와 전투에서 미국이 과거에 이뤘던 전과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대부분 유실됐다고 CNN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특별보고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2만9400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보다 15%가 증가한 수치다. 사망자의 40% 가까이는 병원 입원 중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도 위험하다고 지정된 18개의 병원체 중 절반에 대한 데이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뽑은 통계라 전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2년과 2017년 사이 미국 내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은 18%, 병원에서 감염은 3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다 2020년 사망과 병원에서 감염이 모두 15%씩 증가했으니 원상복귀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항생제 내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우리의 가장 큰 공중 보건 문제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침묵의 유행병”이라고 불렀고,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병원체 감염으로 숨진 사람이 2019년 500만 명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 악화의 주범으로 팬데믹을 지목했다.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제때에 치료를 받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항생제 내성이 생길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것. 게다가 2020년 3월~10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80% 가까이가 항생제를 맞거나 복용했다. 이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비효과적 치료법으로 “환자를 부작용의 위험에 처하게 하고 내성이 발달하고 확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병원도 팬데믹으로 환자들이 몰려듦에 따라 인력부족과 각종 도관(카테터) 및 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기기의 장기간 사용으로 인해 약물 내성 감염균의 감염 예방 및 통제 지침 준수가 힘들어진 것도 한몫을 했다.

CDC가 특히 우려한 감염균은 아시네토박터와 칸디다 오리스, 임균 3종이다. 아시네토박터는 폐렴, 혈액, 요로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로 2020년 전체 감염이 35%, 병원 내 감염이 7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칸디다 오리스는 장기요양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곰팡이다. 임균은 성병인 임질의 원인균으로 2020년 전체 감염이 60% 증가했다.

WHO는 약물 내성 감염을 일으키는 6대 병원체 중 백신이 개발된 것은 1개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12일 발표된 CDC 보고서는 현재 61개의 백신이 임상 개발단계에 있다면서 개발을 빨리 마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CDC의 마이클 크레이그 항생제 내성 조정 및 전략팀장은 “이러한 후퇴는 일시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경계를 늦추면 항생제 내성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항생제 내성 병원체의 대유행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격차를 파악하고 예방에 투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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