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공기와도 같은 까닭

[박문일의 생명여행] ㉖수리생물학의 세계

수학은 생물학과 의학에서서 필수불가결하다. [사진=Gettyimagesbank]
수학은 무엇일까? 필자에게 물으면 감히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수학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 생물과 무생물들의 모든 것은 양자(量子, Quantum)로부터 시작된다. 전자(電子, Electron)는 원자핵의 주위를 도는 소립자의 하나인데, 양자는 그중 가장 작은 최소 소립자로서 더 나눌 수 없는 에너지 최소량의 단위이다. 세상의 시작은 양자 같은 점으로 시작해서 수로 발전하고, 그 수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수학에서는 “0”이라는 문자가 있는데,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0’이라고 표현되는가. “0”이라는 문자에는 궁극을 추구하는 심오함이 담겨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산소가 포함된 공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공기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공기가 우리가 생물로 살아가는 데에 필수 환경이라면 수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필수 환경이다. 수학은 우리 삶, 생활과 문화 등등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우리는 공기의 감사함을 모르는 것과 같이 수학의 고마움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그러니 ‘수학은 곧 공기’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수리생물학 (Mathematical-biology)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이는 곧 수학과 생물학의 만남이다. 생물학의 연구에서는 수학이 큰 도움을 준다. 생물에 대한 환경 요인의 영향을 보다 쉽게 이론화하기 위해 생물학자와 수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학적 모델을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이 실제 생물학적 세계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식별, 이해 및 분석을 하는 것이다.

수리생물학은 ‘수학생물학,’ ‘생물수학’ 또는 ‘수학 및 이론 생물학’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수많은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여 생물시스템의 구조, 발달 및 행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조사하기 위해 학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살아있는 생물을 분석할 수 있게 하고,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게 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또한 수리생물학은 실험 생물학에서 도출된 가설이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된다. 즉 그 실험방법이 옳은지에서부터 실험과정은 물론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가지 과정의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데에 이론적 접근과 분석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영국에선 새로운 50파운드 지폐에 수학자의 얼굴이 들어가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폐에 들어간 인물들은 세종대왕, 신사임당, 이황, 이이 등 역사상 존경받는 인물들인데 이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지 않다. 보통 지폐에는 그 나라의 건국 영웅 등 존경받는 인물들이 새겨지는데, 이번에 영국에서 수학자의 얼굴이 들어가게 되어 화제가 된 것이다. 50파운드 지폐 속 인물은 바로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 컴퓨터 과학자이기도 한 앨런 튜링이다.

튜링은 천재 수학자이자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수학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컴퓨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튜링 기계’를 만들었는데, 이는 요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가 된다. 인공지능 분야야 말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성과를 낼 한 분야가 아닌가 한다. 오죽하면 인공지능에게도 노벨상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그런데 이런 그가 다뤘던 분야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수리생물학인 것이다.

수리생물학은 겉으로 보기엔 불규칙해 보이는 생명현상에서 규칙을 찾아내고 정리한다. 기존의 생물학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주는 이런 수리생물학을 일컬어 영국의 수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가로 잘 알려진 이언 스튜어트는 그의 저서 ‘생명의 수학(The Mathematics of Life)’에서 ‘생물학의 혁명’이라고 했다. 수학과 생물학의 만남을 누구보다 환영했던 이언 스튜어트는 “21세기의 생물학은 20세기가 시작할 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수학을 활용하고 있다. 22세기가 되기 전까지, 수학과 생물학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킬 것이다”라고도 예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에서 생물학 분야 다양한 난제들을 수학적 관점에서 풀어낼 ‘의생명 수학 그룹’을 출범시켰다고 한다. 이 그룹은 생물학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난치성 질환의 발병 원인 규명, 치료제 개발 등에 기여할 수학 모델링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의학자로서 거는 기대가 크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하였다는 가슴 벅찬 기사가 있었다. 39세의 나이에 세계적으로 풀기 어렵다는 수학적 난제를 몇 개씩이나 해결한 그가 수리생물학에도 큰 기여를 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향후 세계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겨서 우리나라 지폐에 그 얼굴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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