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성형수술 이유 어떻게 다를까?

[이민구의 성형의 원리] ③성형의 심리학, 성형의 사회학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충격파는 성형외과에도 밀려오고 있다.

최근까지 성형외과의 주요 환자 그룹은 대학 새내기들이었다. 마치 고교 졸업 필수과목이라도 되는 양 많은 젊은이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그 연령대가 급격히 줄면서 성형수술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성형외과 의사에게 ‘좋은 뉴스’도 있다. 40~50대 중장년층 또는 그 이상 연령층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성형수술을 원하는 70~80대 어르신도 제법 있다. 이렇게 성형수술 연령층이 변하면서 성형수술을 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우선 성형의 동기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이 성형을 받는 목표는 ‘확실한 변화’다. 쌍꺼풀이 생기고, 눈이 더 커지며, 코가 더 높거나 낮아져야 한다. 또 얼굴이 갸름해지고, 가슴도 커져야 한다. 다시 말해 ‘비포(Before) & 애프터(After)’가 분명해야 한다. 수술 후 확실하게 예뻐져야 한다로 요약된다. 지난 수십 년간 성형수술의 기본 목표였다.

중장년층의 성형수술 목표는 20~30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중장년층의 주된 목표는 10~15년쯤 젊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술한 티가 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젊은이들이 ‘확실한 변화’를 원한다면 중장년층 이상은 ‘자연스러운 변화’를 바란다.

70대 여성 A 씨가 목주름 수술을 받으러 왔다. 그는 남편이 10년 이상 암 투병 끝에 숨지자 뒤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너무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수술을 결심했다. A 씨처럼 자신에 대한 선물이나 보상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례가 꽤 있다.

중장년층이라도 20~30대에 쌍꺼풀 등 가벼운 수술을 한 사람들은 성형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 나이 들어서 처음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는 다르다. 이런 분들 가운데 수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과도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이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 환자들에겐 상담부터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성형의 동기나 목표가 뚜렷하므로 요구사항이 분명하다.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40대 여성 B 씨는 가슴 확대 수술을 받으러 왔다. 상담 중 특이한 말을 했다. 자신의 가슴이 작아서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 것이었다. 가슴 확대 수술의 동기가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는 데 있었다. 이런 환자를 대할 때 무척 조심스럽다. 남편의 바람기를 잡지 못하면 수술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계속 불만을 제기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중장년층 성형수술의 동기와 목적이 10~15년 젊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마음속에 감춰둔 동기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이를 숨기려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사전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병원 벽에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필자는 개인에게 잠재된 최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성형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 사람의 환경과 내면을 파악하는 작업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형은 손기술만으로 규정될 수 없으며 해부학 중심의 의학, 심리학, 정신건강의학, 심지어 예술과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작업이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도 내공이 쌓일수록 더욱더 자신의 모자란 곳이 커져 보이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민구 압구정서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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