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의 위산 통과 돕는 ‘새로운 전략’ 나왔다

산성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캡슐화

경구용 약물이 위산을 잘 통과하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사진=azatvaleev/게티이미지뱅크]
체내에 약물을 투여할 때 주사 접종보다 약 복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는 약은 침습(주사 바늘처럼 의료도구가 체내로 들어오는 것) 과정이 불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구용 약물도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약이 의도한 효과를 내기도 전에 위에서 소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분해가 일어나면 약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먹는 약으로 제조하지 못하는 치료제들이 많다.

경구용 약물은 주로 소장에서 흡수된 다음, 혈류를 타고 몸의 여러 부위로 이동해 약 효과를 낸다. 약물이 소장까지 도달하려면 먼저 위의 고산성 환경을 무사히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경구용 약물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높은 용량으로 제작된다. 위에서 사라지는 양을 상쇄시킬 목적이다. 질량과 분자 크기가 작은 약물들에 보통 사용하는 전략이다.

반면 독성 수치가 쉽게 올라가는 약물이나, 위산에 매우 민감한 약물, 비싼 약 등에는 이처럼 복용량을 늘리는 전략을 쓰기 어렵다.

이런 약들이 위의 혹독한 환경에 견디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약이 위산을 견디고 필요한 곳에서 용해되도록 돕는 ‘pZCs’라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두 종류의 고분자로 구성돼 있다. 전기적으로 양성과 음성을 모두 갖는 중성 분자와 양극 혹은 음극만 띄는 고분자 전해질로 이뤄져 있다. 이 두 고분자의 공존은 약이 고산성 환경을 통과할 때 용해가 되지 않도록 캡슐화해 보호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후 소장에 도달해 분해가 되면 약 성분이 방출돼 체내 곳곳으로 전달되는 원리다. 산성 조건에서는 약 성분을 잘 보호하고 있다가, 산도가 떨어지면 방출이 된다.

연구팀은 이번 원리를 바탕으로 위를 무사히 통과해 약 효과를 전달하는 치료제들을 개발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메사추세츠대가 시행했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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