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없이 수술을? 신경 냉각 기술 등장

인공 이식체는 최대 폭 5㎜로 사용 후 체내 자동 용해돼

체내에서 녹는 인공 이식체가 개발돼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약성 진통제(opioid) 대신 통증을 전달하는 말초신경을 냉각시켜 고통을 덜어준 뒤 체내에서 자연 용해되는 인공 이식체(임플란트)가 개발됐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과대학 존 로저스 교수팀이 개발한 이 작고 유연한 이식체는 몸에서 뇌와 척추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종류의 말초신경을 감싼 뒤 증발하면서 얼음찜질 효과를 발생시킨다. 즉 땀을 흘리면서 몸이 저절로 식혀지듯 말초 신경을 따라 특정 지점에서 증발되면서 냉각 신호를 보내게 하는 대신 모든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의 체액 속으로 저절로 용해되도록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이식체를 사용해 정밀하게 표적화된 말초신경을 냉각시키고 필요에 따라 통증 신호를 껐다 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저스 교수는 “수술 후 통증을 약물이 아닌 공학에 의존하는 급진적 대안”이라면서 “마약성 진통제의 필요성을 줄이거나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동물실험에서 성공을 거둔 단계에서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교수는 가장 넓은 지점이 겨우 5㎜에 불과할 정도로 이 이식체가 아주 작다고 설명했다. 또 한쪽 끝이 단일 말초신경을 감싸는 커프스 형태로 휘어지는 이 이식체 내에는 두 개의 ‘미세 유체 튜브’가 있다. 하나에는 임상적으로 초음파 조영제 및 가압 흡입기용으로 승인된 액체 냉각제(퍼플루오로펜탄)가 들어 있다. 다른 하나에는 불활성 기체인 건조 질소가 들어 있다. 두 튜브의 액체와 기체가 공유 챔버로 유입돼 섞이면 액체가 즉시 증발하는 냉각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신경이 너무 차가워지면 조직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부 전자 센서가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감시를 하게 된다.

이 이식체는 체외에 있는 펌프에 정맥주사선과 비슷하게 연결된다. 사용자는 이 펌프를 통해 이식체를 활성화시키거나 다이얼을 돌려 냉각 강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로저스 교수는 “유선이 아니라 무선으로도 제어 가능하다”고 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매력적 기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마취과의사학회(ASA)의 데이비드 디커슨 진통제위원회 위원장은 신경은 열이 가해지면 손상이 일어나지만 적정 수준까지 냉각으론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기술의 냉각 효과가 장기화될 경우 신경기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지에 대해선 좀 더 안심할 데이터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수술의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진통제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853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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